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제갈량은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전략을 세웠다가 대패한 핵심 측근 마속을 눈물을 머금고 처형했다. 제갈량은 이를 통해 군령이 살아있음을 전군에 알렸다. '읍참마속(泣斬馬謖)'으로 불리는 제갈량의 일화는 사사로운 정을 떠나 원칙을 공정하게 지킬 것을 강조한다. 와일드카드 28인 엔트리를 결정한 김기태 KIA 감독의 심정은 '읍참마속'과 같았다.
KIA는 10일 잠실구장에서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9일 미디어데이가 종료된 뒤 KIA의 와일드카드 엔트리가 발표됐다. 올해 1군에서 활약 선수들이 대부분 합류한 가운데 고영우(내야수)·이호신·노수광(이상 외야수)·한승택(포수) 등 백업 요원들도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쥐었다. 그런데 엔트리에서 좌완 불펜 투수 심동섭과 포수 이홍구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올 시즌 내내 1군에서 뛴 걸 감안하면 의외의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심동섭은 올해 54경기에 등판해 5승2패 13홀드 1세이프, 평균자책점 6.45를 기록했다. 좌타자가 많은 LG 타선을 감안하면 왼손 투수 양현종·고효준과 함께 와일드카드 엔트리 합류가 유력해보였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심동섭을 전력 구상에서 제외했다. 최근 기복을 보인 투구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심동섭은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서 9회 홈런 포함 2안타 2실점으로 부진해 팀의 끝내기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지난해 21홀드로 이 부문 2위에 오르며 활약했지만, 올해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홍구는 올 시즌 10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6·9홈런·45타점을 올렸다. 수비에 약점을 보이지만, 한 방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대타 요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홍구 역시 김기태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홍구를 대신해 이성우와 한승택이 이름을 올렸다. 이성우는 경험이 많다. 한승택이 이홍구의 자리를 꿰찼다고 볼 수 있는데, 수비 실력이 이홍구에 비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이 수비에 가중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홍구의 타격감이 최근 좋지 않았던 것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그는 의리를 중시하는 성격으로 실수를 하는 선수에게도 가급적 기회를 주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와일드카드를 앞두고 실리를 택했다. 김 감독의 평소 성격을 감안하면 힘든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장 이범호는 "시즌 동안 고생한 몇몇 선수들이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광주로 내려가는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했다. 와일드카드를 이겨서 꼭 광주에서 준플레이오프를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