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서 뛰는 프로야구 선수는 공통된 야구선수계약서, 일명 통일계약서를 작성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위원장 정재찬)는 10일 이 통일계약서의 4개 조항을 시정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불공정 약관’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지난 6월부터 통일계약서를 약관 심사했고, 이 과정에서 10개 구단은 4개 조항을 스스로 시정하겠다고 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조항은 2군 강등 시 감액을 규정한 계약서 31조다. 연봉 2억원 이상 선수가 1군 등록이 말소되면 1일당 연봉 300분의 1의 50%를 감액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야구규약 73조에도 규정돼 있다.
공정위는 이를 부상, 질병 등 선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에는 연봉을 감액하지 않도록 시정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KBO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의해 관련 규정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부상 및 재활 기간, 그리고 재활 이후 퓨처스 10경기 출전 기간은 감액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시정에서 실질적인 내용은 감액 대상 기준 연봉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린 점이다. 규정 제정 당시보다 평균 연봉이 약 두 배 오른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3억원은 대략 올해 프로야구 연봉 상위 10%에 해당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당초 감액 조항 자체를 폐지하길 희망했지만 공정위는 구단의 연봉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감액 조항 자체가 불공정 약관으로 판정됐다면 과거 감액분에 대한 반환 소송도 가능했다.
보다 중요한 시정은 계약서 26조 ‘구단에 의한 계약해지’다. “선수가 계약서, 규약 및 제 규정을 위반하거나, 위반했다고 여겨질 경우”나 ‘사보타주’를 했을 경우 구단이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돼 왔지만 올해 NC와 삼성이 승부 조작, 도박 등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의 계약해지를 KBO에 요청하면서 되살아났다. 26조를 적용하면 웨이버와 달리 선수는 잔여 계약 기간 연봉을 받을 수 없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해지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KBO도 구단들의 계약해지 요청에 ‘참가활동정지’라는 임시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일간스포츠는 지난해부터 26조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공정위도 선수에게 중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계약해지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위반했다고 여겨질 경우’라는 문구를 삭제하도록 했다. 또 ‘사보타주’ 항목은 불합리한 기준으로 구단에 계약해지권을 줄 수 없다는 취지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계약서를 구단 측에서만 보관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2부 작성과 상호 보관’이라는 규정을 새 계약서에 삽입하도록 했다. 일간스포츠가 올해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선수에게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 2군 선수는 대부분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 이 조사가 보도된 뒤 KBO도 "시정해야 할 문제"라고 인정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구단 훈련비용을 선수에게 전가하는 14조(훈련 태만)와 구단 동의 없이는 대중매체 출연을 금지한 15조(선수의 의무)도 시정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