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김기덕 감독 "'봄여름가을겨울' 내 기준 가장 잔인한 영화"

-얽힌 여러 상황들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나에 대한 신뢰?(웃음) 내가 중국 미술학교 교수로도 초빙이 되서 비자를 몇 번 내려고 대사관에 찾아갔더니 그들은 이미 '김기덕'이라는 사람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지금 뭘 준비하고 있죠? 뭘 찍죠?'라는 질문이 바로바로 왔고 내가 한국에서 어떤 영화를 찍는 감독인지는 당연히 파악이 된 상황이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내가 찍는 영화를 정부가 싫어해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성향까지 중국 측은 신경쓰고 있었다. '김기덕이 중국에 와서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중국 정부에 반하는 영화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또 나에게 비자를 안 내준다기 보다 나와 파트너십을 맺은 회사가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없는 회사더라. 상공회의소에서 신뢰하는 회사로만 비자를 발급해 주는데 그 사이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중국은 민족·종교·안보·정치·폭력·섹스 등 내용이 작품에 포함되면 안 된다. 인민들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며 막는다. '무신'은 시나리오를 고쳐 심의에서 통과됐지만 내용은 촬영할 때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부분 아닌가. 몇 백억을 들이고 상영 허가를 못 받으면 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킹비자를 받지 않고 영화를 찍었을 경우, 그 책임은 그대로 나에게 적용된다. 내가 피해 보상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컸다. 계약조항에 적시돼 있었다. 그런 것도 큰 부담이 됐다. 그래서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졌다.

"하하. 극단적 비유는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봤을 때 난 항상 부드럽게 말했다. 지금처럼. 모자와 선글라스는 '100분 토론' 때 한 두번 썼을 뿐이다.(웃음) 물론 나이가 드니까 유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다짐하긴 한다.

인간을 미워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과거 상처를 많이 받았고 증오하기도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 원론적인 '인간'을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왜 인간은 이렇게 살고 있고 이런 생명체가 됐는지. 그러한 것들을 나만의 언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언제쯤 김기덕표 밝은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빛과 어둠은 늘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동시에 상상하게 된다. 아주 밝기만 한 드라마를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까. '그물'은 그래도 희망을 얘기하고 있지 않나? 많이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내 기준 가장 잔인한 영화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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