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12일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조범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팀의 체질개선과 도약을 위해 김진훈 단장을 대신해 임종택 농구단 단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조범현 감독과의 재계약은 시즌 중반까지 긍정적으로 논의되다, 막판 없던 일이 됐다.
단장과 감독의 동반 교체는 모기업과 구단의 실망감을 반영한다. kt는 지난해 52승91패1무(승률 0.364), 올 시즌 53승89패2무(0.373)로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신인과 외국인을 제외한 연봉 총액은 지난해 25억3100만원에서 올해 43억5200만원으로 71.9% 올랐다. 하지만 창단 첫 해보다 1승을 더 올렸을 뿐이다. 또 일부 선수들이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구단과 모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제10구단 kt는 운명적으로 제9구단 NC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NC는 창단 첫해 승률 0.419(7위)를 기록했다. 이듬해 0.551 승률로 리그 3위로까지 뛰어오르며 프로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두 번째 시즌부터 치고 나온 NC는 올해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무엇이 차이였을까. 프로야구단 프런트의 가장 큰 목표는 이길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가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kt는 NC보다 소극적이었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kt는 2015년 김사율, 박기혁, 박경수를 FA로 영입했고, 올시즌을 앞두곤 유한준과 4년 60억원에 계약했다. 자체 FA인 김상현도 잡았다. 5명에게 투자한 금액은 121억원(총액 기준)이었다. NC는 2013~2014시즌 이호준, 이현곤, 이종욱, 손시헌과 FA 계약을 했다. 두 번째 시즌 기준 FA 선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은 오히려 kt가 더 높다. 2014년 NC FA 4명의 WAR은 5점 가량인 반면 올해 kt는 유한준과 박경수 두 명 만으로 8점 가까이 된다. 따라서 FA 계약은 두 팀의 차이를 가른 큰 변수는 아니다. "더 뛰어난 FA를 데려오지 못했다"는 비판은 가능하겠지만, 전력이 제 궤도에 오르지 않은 신생팀에서 비싼 FA 투자는 '실기'의 우려가 있다.
외국인 선수의 차이는 컸다. 투타에서 WAR 각각 상위 10명씩을 추려 두 팀을 비교했다. 2014년 NC는 에릭 테임즈를 비롯해 외국인선수가 WAR 16.8을 기록했다. 2016년 kt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6.3이다. 2년 연속 외국인 선수 투자 실패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FA와 외국인을 제외한 자체 전력에서 나왔다. 2014년 NC는 WAR 26.3이었던 반면 올해 kt는 10.6이었다. 절대 수치로도 차이가 나지만 팀내 비중도 NC가 54.3%, kt가 43.7%였다. kt는 창단 이후 "싸우면서 건설한다" 식으로 자체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하지만 성과는 좋지 않다. 결국 바탕이 허약했고, NC에 비해 '육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공동 책임이다.
2000년대 이후 프로야구는 한 번 하위권으로 떨어지면 좀체 상위권으로 재도약이 어렵다. kt 같은 신생 팀에겐 더욱 어렵다. NC의 성공이 이례적이다. 프런트와 현장이 합리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서 NC와 kt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NC는 창단 이후 이태일 사장과 김경문 감독 체제를 계속 유지해왔다. 초대 단장으론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이상구 전 롯데 단장을 임명했고, 2012년 7월부터는 배석현 단장이 후임을 맡고 있다. 반면 kt는 창단 이후 야구단 사장이 무려 세 차례 교체됐다. kt는 오래 전부터 프로야구 참여를 검토해왔다. 정작 창단 이후엔 당시 업무를 맡은 사람이 구단 내에 거의 없다. 모기업 특성상 의사결정과정도 복잡하다.
NC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꾸려나갈 준비가 된 팀이었고, 그렇게 했다. 하지만 kt는 그 반대다. 그게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