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는 더 이상 스타의 가십을 다루는 토크쇼를 선택하지 않는다. SBS '야심만만' MBC '무릎팍도사' 등 각 방송사를 대표하던 토크쇼는 막을 내린 지 오래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KBS 2TV '해피투게더3' 등도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그리고 새로운 토크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토크쇼는 연예인의 가십이 아닌 우리 주변 평범한 이들의 생각과 사연을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JTBC '말하는대로' '톡투유'는 관객을 직접 토크쇼의 주인공으로 초대하고, 강연 토크쇼인 '어쩌다 어른'은 범위를 확장해 현대인의 애환을 이야기한다. 11월 출범할 tvN 새 예능프로그램 '동네의 사생활'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주목할 예정. 이처럼 최근 토크쇼는 주인공 교체의 변화를 맞고 있다.
◆남 이야기 아닌 나의 이야기
'말하는대로'는 '토크 버스킹'이다. 누구든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출연자들 또한 유명인이 아닌 사적인 자신을 드러낸다. 허성태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40대 신인배우가 된 자신의 이기적인 선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가 박범신은 20세의 고등학교 시절 두 번이나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연을 밝혔다.
'어쩌다 어른'은 나에서 우리로 범위를 넓힌다. 평범한 특강쇼로 보이지만, 사실 '어쩌다 어른'이 자주 주목하는 주제는 현대인의 아픔이다. 관계 맺기, 내 안의 또 다른 나 등 '어쩌다 어른'이 된 '어른이'들의 걱정을 치유하는 것이 '어쩌다 어른'의 목표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폭넓은 공감을 얻기 위해서다. '말하는대로'의 유희열은 제작발표회 당시 "우리 프로그램엔 공감이 있다. 버스커들 뿐 아니라 시민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뜨겁게 다가오더라"고 밝혔다.
◆일방적 토크 아닌 대화
'톡투유'는 '당신의 이야기가 대본이 됩니다'라는 카피를 내세웠다. MC는 화려한 입담의 김제동. 매 회 스타강사 최진기·가수 백지영·배우 박효주 등 유명인이 출연한다. 그럼에도 포커스는 출연자와 방청석을 오간다. '고독'이라는 주제로 방송된 16일에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여학생의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톡투유'의 김제동은 "특별히 내가 끼어들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힘"이라고 말했다.
'말하는대로' 또한 마찬가지. 버스커로 나선 연사들은 편안히 시민들과 소통한다. '말하는대로'의 정효민 PD는 "카페에서 사람들이 부담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듯이, 출연자들과 시민들이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또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자신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토크쇼는 예능적 재미와는 거리가 멀 수 있다. 대신 그 속에 웃음보다 중요한 치유를 담는다. 유희열은 "굉장히 재미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 뼘 재밌다. 예능의 태도가 웃음이란 강박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재미가 있지 않겠나. 말 속에 여러가지 온도가 있듯 그런 것들을 잡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