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이승현(24·고양 오리온)과 올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종현(22·울산 모비스)이 뜨거운 입심 대결을 펼쳤다.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19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시즌 KCC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각오를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이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특급 포워드' 이승현과 '신인 센터' 이종현의 설전이었다.
포문을 연 건 후배 이종현이다. 그는 "부상으로 데뷔가 늦어지겠지만 일단 두목을 잡기 위해선 최고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 며 포부를 밝혔다. 'KBL 두목'은 프로 2년 선배 이승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승현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선택을 받은 뒤 "KBL의 두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후배의 도발에 웃음 짓던 이승현은 "부상이나 낫고 그런 이야기를 하라" 며 "지난 시즌 우승을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서 통합 우승을 차지하겠다" 며 여유 있게 받아쳤다. 이름마저 비슷한 이들은 고려대 2년 선후배 사이다. 대학 시절 무적의 트윈 타워를 구축한 이승현-이종현 콤비는 고려대의 전성 시대를 이끌었다.
먼저 프로 무대를 밟은 이승현은 지난 시즌 오리온을 챔피언으로 이끌며 프로 데뷔 2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MVP를 거머쥐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이종현은 하루 전인 18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지난 시즌 우승팀 오리온과 '전통의 강호' 모비스는 올 시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특히 모비스는 당초 6강권을 목표로 했지만 '특급 신인' 이종현을 영입하면서 단숨에 우승권 팀으로 분류됐다.
이런 가운데 이종현이 다시 선배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 우리팀에는 (양)동근이 형, (함)지훈이 형 등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면서 "믿고 따르고, 형들의 도움을 받으면 두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이번에도 재치 있는 대답으로 후배의 도전을 잠재웠다. 그는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다면 모비스와 우승을 다투고 싶다" 며 "(내가) 왜 두목인지 보여 주겠다. 내가 (이종현보다) 키는 작지만 제대로 한 수 가르쳐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종현이 이승현의 카리스마에 밀리는 기색이 보이자 모비스 주장 양동근(35)이 급히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 챔피언결정전에서 오리온을 이기고 싶다. (이)종현이와 함께 두목을 잡고 정상에 오르고 싶다" 며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에 진 것을 갚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