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최근 마무리된 검찰 수사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또 도덕적이고 투명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작년 경영권 분쟁 이후 반복되고 있는 사과와 약속이 말에 그치지 않고 실천될지 주목된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개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공식 사과한 것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하고 그룹 개혁을 약속했던 작년 8월 11일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신 회장은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며 5가지 혁신안도 발표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준법경영 위원회 구축, 질적 성장 중심으로 경영 패러다임 전환, 정책본부 축소개편·계열사 책임경영 확대, 호텔롯데 상장·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 개선, 지속적인 투자 및 고용으로 국가경제 기여 등이다.
신 회장은 이 중에서도 준법경영위원회 신설로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준법경영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물론,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태 점검 및 개선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신 회장은 양적 성장 전략을 포기하고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롯데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10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 아래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고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산업 생태계 내 갈등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며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신 회장은 규모가 커지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정책본부를 축소 개편하기로 했다. 2004년 10월 정책본부가 설립된 지 12년 만이다.
현재 롯데정책본부는 총 7개부서(비서실·대외협력단·운영실·개선실·지원실·인사실·비전전략실)와 기타 부설 조직(롯데재단·롯데미래전략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근무 인원은 약 300여명이다.
롯데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업무만 최소한으로 남길 예정이며, 각 계열사들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독립적인 책임경영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도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신 회장은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해 왔다. 호텔롯데 외에도 우량한 계열사들을 차례로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로 전환,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전환구조 및 방법은 아직 검토 중인 단계이다.
신 회장은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약속도 했다.
롯데는 2017년부터 매년 전년대비 10% 이상 청년 고용 중심으로 채용 규모를 늘려 2021년까지 5년간 7만 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앞으로 외부전문가와 경영진, 임직원과 협의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경영쇄신을 반드시 이루어 롯데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내달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 등 총수일가에 대해 첫 재판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