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자존심' 이세돌(33) 9단이 중국 랭킹 1위 커제(19) 9단과 물러설 수 없는 대국을 펼친다.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이 오는 31일부터 대전 소재 삼성화재 유성캠퍼스에서 3번기로 열린다.
한국과 중국의 바둑계를 대표하는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은 현존하는 반상 최고수로, 두 기사의 빅매치에 전 세계 바둑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다. 이세돌 9단이 4강전에서 탈락하면 2년 연속 중국이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차지하게 된다.
올해 4강전도 지난해 대회와 똑같은 상황이다. 한국 1명과 중국 3명인 것도, 한국의 유일한 생존자가 이세돌 9단이고 4강전 상대가 커제 9단인 것도 모두 같다.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에게 쌓인 빚이 많다. 첫 만남이었던 지난해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0-2로 패했고, 이어 연말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에서 2-3으로 졌다. 또 지난 2월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 결승과 3월 농심배 우승 결정국에서도 패자는 이세돌 9단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에게 상대 전적에서 2승8패로 크게 뒤진 반면 커제 9단은 이세돌 9단의 '천적' 이미지를 굳혀 가고 있다.
올해는 달라져야 한다. 이세돌 9단이 커제 9단에게 당했던 패배를 설욕하고, 나아가 중국에 내주었던 우승컵을 되찾는 것이다. 설욕전 외에도 이세돌 9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삼성화재배 최다 우승과 단일 세계대회 최다 우승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2004년과 2007~2008년, 2012년에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이 네 차례 우승은 이창호 9단이 LG배와 동양증권배에서 각각 네 차례씩 우승했던 것과 더불어 단일 세계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다.
디펜딩 챔피언 커제 9단은 중국 기사 최초로 동일 세계대회 2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한 차례 이상 우승한 중국 기사는 16명에 이르지만 한 대회를 2회 연속 우승한 기사는 아직 없다. 커제 9단으로서는 욕심나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준결승전을 치르는 퉈자시(25) 9단과 판윈뤄(20) 5단은 삼성화재배 4강은 물론이고 8강도 처음이다. 두 기사는 통합 예선부터 출전해 퉈자시 9단은 8승1패, 판윈뤄 5단은 8연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퉈자시 9단은 2014년 LG배 우승 경력이 있고, 판윈뤄 5단은 올 들어 벌어진 네 개의 세계대회 통합 예선을 전부 통과하는 등 급부상 중인 신예 기사다.
이에 따라 올해 준결승전은 유일한 30대인 한국의 이세돌 9단과 90년대생 중국 기사 3명의 대결 구도로 압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 바둑계의 중심축이 90년대생으로 이동하는 현주소에서 한국 바둑의 간판스타 이세돌 9단이 관록의 힘을 보여 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커제 9단이 스웨(25) 9단을 2-0으로 제압하고 삼성화재배 최연소(만 18세)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우승 횟수는 한국 12회, 중국 6회, 일본 2회다.
1996년 출범 이후 '별들의 제전'이라는 명성과 함께 변화와 혁신의 기전으로 세계 바둑계에 큰 획을 그은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의 총상금은 8억원이며, 우승 상금은 3억원이다. 중앙일보와 KBS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삼성화재가 후원을 맡고 있다.
대국의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다. 오는 31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될 준결승 3번기는 사이버오로에서 인터넷 생중계와 함께 KBS1에서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생중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