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8일. NC 구단은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은 2016년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이 원소속구단과 우선협상을 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3루수 박석민과 원소속팀 삼성의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석민이 시장에 나왔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소식을 들은 김경문 NC 감독은 구단 수뇌부에 "박석민을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29일, 배석현 NC 단장이 곧바로 박석민을 만났다. 협상은 한 번에 마무리되지 않았다. 옵션에 이견이 있었고, 첫 만남은 탐색전으로 끝났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다. 30일 대구 모처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렸고, 역대 FA 사상 최고액인 총액 96억원(계약기간 4년)에 합의했다. 통 크게 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NC 구단 관계자는 "자체 회의를 거친 끝에 박석민이 3루를 맡았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과의 협상이 결렬된 후 감독께서 '구단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2015년 NC의 3루수는 지석훈이었다. 2003년 현대 입단 이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0.267·11홈런·46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래서 NC가 'FA 시장에서 3루수를 구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자칫 중복 투자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꼼꼼하게 다각도로 분석을 했다.
세이버메트릭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구단답게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 수치도 활용했다. '대체 가능한 선수'에 비해 한 시즌에 몇 승을 팀에 추가해 줄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박석민은 삼성 주전 3루수로 도약한 2008년 이후 꾸준히 연평균 4~7승의 WAR를 기록했다. 박석민을 영입할 경우 해마다 팀이 4~7승을 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성격'도 눈 여겨 봤다. 삼성의 주장까지 맡았던 박석민은 클럽하우스 리더 자격을 갖췄다. 여기에 쇼맨십도 뛰어나다. 9구단으로 뒤늦게 프로야구에 뛰어든 NC는 팬 층이 두껍지 않다. 캐릭터성이 있는 스타가 필요했다. 박석민이 NC 유니폼을 입는다면 마산구장에 활기가 더 넘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영입 경쟁이 붙으면서 FA 금액이 치솟았지만 과감하게 베팅했다. 구단 관계자는 "당시 김택진 구단주가 한국에 없었다. 이태일 대표가 온라인으로 구단주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인가라는 판단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판단은 정확했다. 박석민은 NC 유니폼을 입은 올해 타율 0.307·32홈런·104타점으로 투자가 아깝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2004년 데뷔 후 처음으로 타율 3할-3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어냈다. 마산구장은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이 아니다. 여기에 선수단에 '경험'이라는 무기를 더해줬다. '포스트시즌 경험'도 포함된다.
박석민은 LG와의 플레이오프(PO)에선 2차전과 4차전에선 연거푸 결승타를 때려내며 NC를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KS) 무대에 올려놨다.
삼성 시절을 포함해 KBO리그 역사상 첫 7년 연속 KS를 뛰게 된 그는 "선수로서 영광이다.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와 좋은 감독을 만났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