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많은 시험무대가 있었다. 약 2년 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중동과 유럽까지 돌며 많은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자신의 원칙에 입각해 선수들을 발탁했고, 그들을 경기에서 꾸준히 시험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뒤 매 경기는 공수 양면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실험이자 팀의 완성도를 점검하는 시험대였다. 이정협(25·울산 현대)과 김진현(29·세레소 오사카) 등이 슈틸리케 감독의 시험대에서 합격점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번 캐나다전은 조금 다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돌입하면서 잠시 멈췄던 시험이 다시 시작됐다.
당장 이번 달 열리는 A매치 2연전 중 11일 열리는 캐나다와 친선경기는 25명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또 한 번의 시험무대가 될 예정이다. 캐나다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 선수가 15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5차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도 31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25명의 선수를 소집한다"며 "캐나다전이 공식 경기이긴 하나 친선전이다. 잘 활용해서 내부 경쟁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직접 얘기했듯 슈틸리케팀이 25명의 선수를 선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예선 4차전 이란전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선수면에서는 그간 확인할 선수들을 확인했다.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양쪽 풀백과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이 취약하다는 분석 끝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한 셈이다. 풀백 자원만 5명이 소집됐고, 윤석영(26·브뢴비)과 박주호(29·도르트문트)는 캐나다전서 각각 45분씩 실험하겠다는 밑그림도 밝혔다.
눈여겨 볼 점은 이번 캐나다전에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 선수들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1~4차전에서 엔트리 논란과 부진한 경기력, 그리고 부적절한 인터뷰로 인해 이제껏 없었던 비판을 한몸에 받았다. 무엇보다 앞서 4경기서 2승1무1패로 조 3위까지 처지면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지자 경질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맞이 하는 가장 커다란 위기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도 보장할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캐나다전에서 치를 시험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수 차례 지적받은 최전방 공격수 선발 문제와 전문 풀백 요원이 아닌 장현수(25·광저우 푸리)의 풀백 기용 문제를 이번 캐나다전에서 어떻게 풀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 역시 "캐나다와 친선경기가 가장 관건이다. 이 경기서 어느 정도 시도를 하고, 또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파와 해외파를 가릴 때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사활이 걸렸다"고 표현한 한 위원은 "캐나다전을 통해 최고의 진영을 꾸려야 한다. 불러놓고 안 써서 욕먹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캐나다전에서 치르는 시험은 모두 우즈베키스탄전을 위한 포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캐나다전을 통해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낼 '필승'의 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캐나다전은 출항 2년여 만에 풍랑을 만난 슈틸리케 팀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리허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