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태양은 일본 미야자키에 있다. 지난 10월 26일 출국해 마무리캠프를 치르고 있다. 마무리캠프는 통상 1군 백업 또는 유망주 위주로 선수단이 꾸려진다. 그러나 한화는 이태양을 비롯해 송은범·심수창·윤규진·장민재 등 1군 주력 투수가 대거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피로가 우려되지만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그런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출국 전 만난 이태양은 "작년 생각이 난다"고 했다. 웃는 표정이었다. 그는 "딱 1년 전 이 시기에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건강히 마무리캠프를 다시 가게 됐다"며 웃었다.
이태양은 지난해 4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았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그는 재활에 몰두했다. 통증이 사라지자 공을 잡았고, 스프링캠프에서 실전 투구를 시작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마운드가 붕괴되자 4월 23일 이태양을 전격 호출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지 1년 만이었다. '너무 빠른 복귀 아닌가'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태양은 "나 역시 복귀전을 앞두고 기대보다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이태양은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전반기엔 12경기에서 5패 평균자책점 6.64로 부진했다. 하지만 후반기 피칭에는 안정감이 있었다. 17경기(선발 14경기)에 등판해 5승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 마지막 9월엔 9경기에서 승패를 남기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 2.89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17 시즌에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호투였다.
자신이 진단한 전반기 부진의 이유는 변화구. 이태양은 "전반기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기에는 변화구 제구가 잡히면서 경기를 풀어 가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타선의 득점 지원도 많았다. 좋은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던지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올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본다. 9월 성적은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피안타율이 높았는데, 이 부분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변화구 제구도 가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미존서저리 수술을 받은 투수는 직구 구속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재활 과정에서 신체 밸런스를 부상 전보다 더 잘 맞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이태양은 아직 수술 전 구속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39km에 그쳤다. 수술 전보다 떨어진다. 후반기 구속도 전반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태양은 "직구 구속은 개의치 않는다. 당일 컨디션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번 마무리캠프와 내년 스프링캠프 때 몸을 잘 만들면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올해 가장 큰 소득은 팔꿈치 통증에서 해방됐다는 것이다. 통증이 사라지자 자신감이 붙었다. 이태양은 "아프지 않고 던지는 행복을 느꼈다"며 "올해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내년엔 제대로 던지고 싶다"고 했다.
이태양은 오는 12월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다. 결혼 준비를 마치지 못하고 마무리캠프를 가게 돼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예비 신부에게 미안하다"며 "기본적인 준비는 마쳤다. 인사를 드릴 분이 많은데, 그걸 못해서 죄송하다. 캠프를 잘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인사를 다녀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