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됐다".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에게 "지난해 이맘때와 현재의 자신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의 답이었다. LG 선수단은 이달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 고치로 마무리캠프를 떠났다. LG는 올해 정규 시즌을 승률 5할, 리그 4위로 마쳤고, 포스트시즌 10경기를 치렀다.
후반기 주전 자리를 꿰찬 외야수 이천웅은 "마무리캠프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데뷔 이래 가장 많이 출전해 103경기에 나섰다. 지쳤을 법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나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기 맛'을 봤으니 더 발전하기 위해 가을 야구를 치른 여운을 털어 내야 한다"며 웃었다.
이천웅은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친 뒤 처음으로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그때는 캠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불러 주셔서 감사했을 뿐이다"고 돌아봤다. 올해는 다르다. "이번엔 계획이 분명하다. 시즌을 치르며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확실히 알게 됐다. 수비력은 경험이 쌓이면서 발전했다고 자부한다. 올해는 타격 훈련 비중을 애써 낮추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외야수 이형종도 지난해보다 알찬 마무리캠프를 자신했다. 그는 "지난해 캠프에선 코칭스태프에게 내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그러다 보니 잘하던 것도 안 될 때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굴곡 많은 야구 인생을 걸었다. 2008년 투수로 LG에 입단한 그는 이후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했고, 은퇴 선언도 했다. 골프선수로 전향했다가 다시 야구로 돌아왔다. 투수가 아닌 타자로 복귀했다. 결연한 각오로 다시 그라운드에 선 만큼 절실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형종도 2016시즌을 보내며 한 단계 성장했다. 61경기에서 타율 0.282를 기록했다. 10월 10일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차전에선 선발 좌익수로 출장했다. 준PO와 PO 엔트리에선 제외됐지만, "아쉬움보다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한 해"라고 평가했다.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보완 과제도 확실히 정했다. 그는 "콘택트 위주의 타격에 집중했지만 내년 시즌 장타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신예 포수 박재욱도 미래 안방마님을 향해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그는 유강남과 정상호가 부상, 부진으로 이탈했던 전반기 막판 팀의 선발 포수로 나서며 경험을 쌓았다. 근성이 좋고,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다. 주장인 투수 류제국이 "밝은 기운을 풍기는 포수여서 호흡이 잘 맞는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특히 도루 저지 능력은 양상문 감독과 김정민 배터리코치도 인정했다.
짧지만 강렬한 데뷔 시즌을 보낸 그는 "몇 차례 포구 실책을 한 게 내내 아쉬웠다. 아직 포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얻었고, 그 설렘을 알았다. 잊을 수 없는 시즌이다. 신뢰를 줄 수 있는 포수가 될 수 있도록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더 많은 땀을 흘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LG 젊은 선수들의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전으로 올라선 선수를 장담하긴 이르다. 자신감을 얻고, 나아갈 방향을 잡은 선수들은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LG의 2017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