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긴 머리칼 흩날리다가도 코믹한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준다.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애절하기도 하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공항가는 길'에서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공감가는 현실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드라마 초반 '어쨌든 불륜'이라는 질타도 많았지만 수긍갈만큼 애절한 연기로 편견을 없앴다. 그의 탁월한 작품 보는 눈은 유명하다. 출연하는 작품과 맡는 캐릭터마다 디테일을 추가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18년을 이어왔다.
데뷔부터 현재까지 그가 쌓아온 필모그라피를 짚어봤다.
'해피투게더'(99)
청순한 매력이 뚝뚝 흘렀다. 긴 머리칼에 송승헌(서지석)을 아련하게 쳐다보는 표정은 20여년이 다 돼 가도 기억에 남는다. 옛 드라마에도 삼각관계는 있는 법. 송승헌의 이복형인 이병헌(서태풍)과도 얽혀있는 러브라인은 당시에도 지지층이 다를 정도로 화제였다.
'동감'(00)
청순미의 절정이다. 1979년을 사는 김하늘과 2000년을 사는 유지태. 무선 햄 통신 하나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사랑을 키워나간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 테마곡과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커다란 눈동자가 오버랩된다. 그가 입은 롱스커트는 여대생의 로망으로 떠올랐다.
'피아노'(01)
순수한 사랑의 상대가 가족이 돼 감정을 숨겨야하는 복잡한 캐릭터 이수아를 연기했다. 엄마인 조민수의 재혼으로 고수(한재수)와 가족이 된다. 항상 사고치고 다니는 동생 조인성(이경호) 때문에 애를 태운다. 한 회마다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멜로의 여왕'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로망스'(02)
드라마 제목은 몰라도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는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 2002 한일월드컵으로 온 국민이 축구에 열광에 있음에도 전국시청률 30%를 웃돌았다. 벚꽃축제서 만난 사람이 학생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지는 금지된 사랑의 원조 드라마다. 남녀주인공의 바람 머리가 유행.
'동갑내기 과외하기'(03)
전국 관객 490만을 동원한 로맨틱 코미디. '로망스'와 비슷한 구도다. 동갑내기 학생과 과외하며 사랑을 싹 틔운다는 다소 단순한 설정이지만 김하늘의 코믹한 연기가 일품이었다. 극중 대학생들 앞에서 박지윤의 '성인식'에 맞춰 추는 섹시 댄스도 볼거리다. 드라마·영화 모두 되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04)
귀여운 사기꾼으로 변신했다. 사기 전과로 교도소에 들어가 거짓 연기로 가석방된 후 졸지에 강동원의 약혼녀가 된다. 눈 하나 꿈뻑하지 않고 남을 속이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김하늘과 강동원이라는 지금은 보기 드문 비주얼 조합이다.
'온에어'(08)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 가지 않을 '갑질' 톱스타 오승아를 연기했다. 연말 연기 시상식에서 나눠먹기식 상주기와 같은 방송가 숨겨진 진실을 비판했다. 너무 리얼한 오승아의 연기로 실제 김하늘의 성격을 궁금해하는 이도 많았다. 아이러니하게 그해 송윤아와 함께 SBS 연기대상 10대스타상과 여자최우수상을 받았다.
'7급 공무원'(09)
또 한번 400만을 돌파했다. 한국판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로 화제를 모았다. 정체를 숨기고 연인 강지환과 만난다. 서로 반대되는 세력에서 일을 하다가 결국은 손을 잡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극 초반 웨딩드레스를 입고 수상보트를 모는 거친 액션도 마다하지 않았다.
'블라인드'(11)
경찰대 출신 시각장애인을 훌륭히 소화했다. 자신의 불찰로 동생을 잃고 시력도 잃는 안타까운 상황 속 유승호와 연쇄살인범을 찾는 이야기. 여럿 여배우들이 시각장애인 역을 소화했지만 달리고 싸우는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 그만큼 힘든 연기의 연속. 이 영화로 대종상영화제·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신사의 품격'(12)
'온에어' 이후 또 한번 김은숙 작가의 뮤즈로 낙점됐다. 사회인 야구단 심판이자 고등학교 윤리교사. 친구(윤세아)의 연인(김수로)을 짝사랑하다 그의 다른 친구(장동건)와 사랑에 빠진다. '로코퀸'의 절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하늘=교사' 믿고 보는 조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