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좀처럼 인터뷰에 나서지 않았다. 끈질긴 설득끝에 취중토크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는 무언가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비춰지는게 싫더라고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데 만나는 것도 그렇고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2주 뒤면 공연을 한다. "공연 홍보 아니에요. 서울 공연은 이미 매진이에요. 하하하"라며 웃는다.
지난해 3월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시작된 그의 소극장 콘서트는 1년간 전국 12개 도시에서 총 66회 치러졌다. 3만여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소극장 콘서트 이후 9개월 만인 이번에는 대형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영상과 무대 장치에 투자를 많이 했어요. 국내 최고 영상팀과 함께 해요. 특정 곡에서는 국내 최초로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하는데 공연때 보여드릴게요."
어느덧 데뷔 22년차다. 1995년 김진표와 패닉으로 데뷔했고 김동률과는 카니발, 정원영 등과는 긱스를 결성했고 솔로 앨범까지 냈으니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 어느 팀에 속해도 대표하는 히트 넘버가 존재한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는 tvN '응답하라 1988' 속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른 가수로 기억되고 최근에는 '구르미 그린 달빛' O.S.T '깍지'까지. "패닉 때 제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무한도전'서 (유)재석이형과 '압구정 날라리'를 부르고 맹꽁이로 놀림받던 걸 기억해도 다 좋아요. 어떤 사람들은 '하늘을 달리다'(03)가 데뷔 곡으로 알던걸요 뭐.(웃음) 세월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고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 제 과거를 찾아보는 것도 맞죠."
그는 다재다능하다. 뮤지션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책도 썼고 페이크 예능도 출연했고 시트콤이지만 연기도 했다. "책은 그냥 끄적인걸 모아서 내본거라 크게 내세울 건 없어요. '방송의 적'은 음… 왜 출연했을까요.(웃음) '하이킥'도 워낙 김병욱 감독님 팬이라 음악 작업만 하려다가 출연까지 하게 된 건데 부끄럽네요."
이적은 인터뷰 다음날 꼭두새벽부터 일정이 있었다. 부모님과의 일본 여행. "더 늦어지기 전에 부모님 모시고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일찍 나가야하니 술은 조금만…." 한 병이 두 병 되고 세 병, 넷… 남은 한방울까지 탈탈 털며 각 2병 후 헤어졌다.
>> 취중토크①편에 이어서
-원곡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록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기엔 (전)인권이형 아우라에 밀려 안되겠다 싶어 아예 기타 하나만 놓고 부르자고 했어요. 드라마 분위기가 딱 맞았어요. 원곡의 멜로디와 가사가 가진 힘이 있으니 어떻게 불러도 좋더라고요. 방송될 때는 혁오가 부른 '소녀'가 인기를 끌었는데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걱정말아요 그대'가 화제되는걸 보고 놀랐어요."
-전인권 씨도 만족하던가요.
"초반에 연락 한 번 했는데 되게 좋아해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다른 가수가 제 노래 리메이크하면 마음에 안 들 때가 분명 있거든요. 원곡자가 흡족해하니 후배로서 팬으로서 할 도리는 다 해 뿌듯했어요."
-최근엔 '구르미 그린 달빛' O.S.T도 참여했어요.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곡의 느낌과 드라마 정서가 어울리지 않았나봐요. 나중에 주변에서 '그냥 네 앨범에 수록하지 그랬니'라는 말도 들렸어요.(웃음)"
-새 앨범 작업도 하고 있나요.
"곡을 쓰고 버리고 정리하고를 반복하고 있어요. 언제 나온다 아니다 말하는 것도 이제 안 하려고요. 단 2017년 11월이 마지노선이에요. 그 때까진 무조건 앨범을 내려고요. 정규앨범을 내려고 하다보니 계속 생각이 많아져요. 일부라도 내년 봄 쯤 내야하나 싶고요."
-동료 가수들처럼 앨범 컨셉트의 변화를 꾀하는 건 어떤가요.
"정규가 아닌 미니앨범을 내려고 하면 주변에서 '에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은 정규 내야죠'라는 얘기를 많이 해서 시도하는 것도 좀 망설여져요."
-발라드 아닌 '이적표 록'도 듣고 싶어요.
"꾸준히 쓰고 있으니 좋은 곡이 있으면 앨범에 담아야죠. 타이틀곡으로 하긴 그렇고요. 잔잔한 발라드가 대세죠. 비트가 빠른 곡은 공연할 때 좋아요. 다른 가수들이 저를 공연에 초대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런 뜻이 있죠."
-곡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도 많지 않나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돌을 포함한 어린 친구들이 많이 요청해요. 그런데 제 코가 석자라 못 주고 있죠. 버리는 곡이라도 달라고 하는데 그렇게는 안 되고요."
-곡 의뢰를 받으면 있던 곡을 주나요. 그 가수에 맞게 새로 쓰나요.
"그 가수를 떠올리며 새로 쓰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이적스러운 노래가 나오니깐요. 정인의 '미워요'는 오롯이 정인을 떠올리며 쓴 곡인데 제가 만든걸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때 길이 정인의 곡을 봤는데 세 번 거절 당했어요. 본 곡보다 데모가 더 슬프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계속 수정하나요.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그래도 일이니깐 맞춰야죠.(웃음)"
-저작권료도 쏠쏠하죠.
"30대 남자들이 노래방 가면 많이 부르나봐요. 꾸준히 저작권료가 나쁘지 않아요."
-어떤 곡이 효자인가요.
"아무래도 '거위의 꿈' '다행이다' '하늘을 달리다'가 성적이 제일 좋죠. JTBC 예능 프로그램도 생겼지만 '말하는대로'도 꾸준히 많이 듣더라고요. 인권형님도 꽤 쏠쏠할걸요. 지금은 '걱정말아요 그대'가 잘 되고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