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조영남 "현대미술에서 얼마든지 조수 쓸 수 있다…불법 아냐"

그림 대작 논란으로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형사18단독으로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조영남의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각종 증거들을 제시했다. 피고인 조영남이 그림을 판매하고 있다는 인터넷 기사와 전시회 사진을 비롯해, 무명화가 A씨가 2009년부터 2016년 3월까지 200~300여 점 이상의 그림을 대작했다는 진술을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조영남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A씨가 그린 그림 21점과 함께 관련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이를 지켜본 조영남은 재판부에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A씨를 만나기 전까지 내가 30년 넘게 그림을 직접 그렸다. 그러다가 A씨를 만나면서 조수로 쓰게 됐다"며 "내가 그렸던 그림을 콜라주 형식으로 그려서 A씨에게 풀어서 그리게 했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조영남은 불법이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수를 쓴 걸 문제삼은 검찰에 대해 그는 "현대미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미술에서는 얼마든지 조수를 쓸 수 있고 써도 된다. 그게 불법이라는 얘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조수를 쓰는 게 '관행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 관련해 조영남은 발끈했다. 그는 "'관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 내가 화투를 일일이 그릴 수 없지 않냐. 시간이 없으니까. 다음 공판 때는 관행과 관련해 자세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준비를 해 오겠다"고 전했다.

앞서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무명화가 A씨와 B씨에게 그림 한 점당 10만원을 주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임의대로 회화 표현해 달라고 지시한 후, 배경에 경미한 덧 칠을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판매해 1억 6000여 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명화가 A씨는 지난 5월 16일 2007년부터 조영남의 그림을 대신 그렸고, 조영남이 이를 고가에 팔았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0점 이상, B씨는 29점의 완성작을 조영남에게 전달했다. 조영남은 이들에게 건네 받은 완성작을 30~50만원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사기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했고, 조영남은 지난 6월 3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다음 공판은 내달 21일 오후 3시에 속행된다.

이미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