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6)가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는 논란에 대해 김연아 측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 구동회(52) 대표는 2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연아는 이날 한국 체육인으로는 통산 아홉 번째로 스포츠영웅에 선정됐다.
김연아와 함께 기자회견에 동석한 구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찍혔다는 보도를 접하고 '왜 미운털이 박혔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며 "당시 새누리당 대선 캠프로부터 토론회 참석 요청을 받았는데 (김연아가) 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최근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60)씨 사태와 맞물려 문체부에 밉보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014년 11월 열린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해 달라'는 문체부의 요청을 거절했다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늘품체조'는 최순실씨의 측근인 차은택(47)씨 주도로 만들고 문체부가 예산을 지원했다. 당시 시연회엔 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광복절 행사에서 김연아가 박 대통령이 내민 손을 뿌리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돌고, 김종(55) 문체부 전 차관이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7)에게 "나는 김연아를 안 좋아한다"고 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이익설'에 더 힘이 실렸다.
지난해 스포츠영웅 선정 과정에서도 인터넷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1위에 오른 김연아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는 선정위원회 입장 때문에 탈락한 것도 정부의 외압 때문이라는 설이 돌았다.
구 대표는 사건의 전말을 차근차근 밝혔다. 그는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 요청을 구두로 두어 차례 받았다"며 "당시 김연아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연락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구 대표는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당시 김연아는 많은 스케줄로 대단히 분주했다. 올댓스포츠에 따르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에 위촉된 김연아는 평창 대회 관련 행사를 비롯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유니세프, 스페셜올림픽 등에 집중하겠다며 스케줄 조율을 요청했다.
구 대표는 "그때는 (누가 주최하고 누가 참석한다는 내용 없이) 그냥 체조 시연회 참석을 요청받았다"며 "일정이 맞지 않으면 내 선에서 거절해 왔기 때문에 김연아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김연아는 당시 (늘품체조 행사에 대해) 몰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의 초청을 거절한 구체적인 시점까지 언급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과거 새누리당 대선 캠프 주최 토론회 불참 사례를 언급한 구 대표는 "또 다른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다"며 "국가대표 선수가 정부 행사 등에 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선수 본인에게 맞지 않는 행사거나 이미 선약이 있는 상황에서는 거절할 권리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각종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김연아 선수도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선 김연아 선수도 특별히 불이익을 당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구 대표에 앞서 인터뷰에 응한 김연아 역시 석연치 않은 장면을 보였다.
그는 '정부 불이익설'을 일축하고도 인터뷰 말미에 말끝을 흐려 취재진의 의문을 자아냈다. 김연아는 "늘품체조 행사에 대해 에인전시로부터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며 "(그 이후로 내가) 불이익을 당했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근 연이어 제기된 소문들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광복절 행사 상황에 대해선 "내가 아무리 버릇이 없어도 대통령의 손을 뿌리치진 않았을 것이다"며 "생방송이다 보니 우왕좌왕하다 벌어진 일이다. (영상을 보면) 오해할 만한 상황이지만 뿌리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연아가 2015년 8월에 열린 광복 70주년 국민대합창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손을 뿌리치는 듯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김종 전 차관이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질문에선 "보도를 통해 접했다"며 "제가 직접 그런 부분을 느낀 것은 아니기 때문에…"라고 얼버무렸다. 잠시 동안 생각을 정리한 그는 이어 "지금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보도가 나오기 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며 "일이 자꾸만 커지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윤선(50) 문체부 장관은 "스포츠영웅 선정 과정에 불이익은 없었다"며 "김연아가 말한 것처럼 외압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