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종상영화제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청룡영화상은 사실상 올 한 해 영화계를 빛낸 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가장 큰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치로 따지면 1000만 영화는 딱 한 편 탄생했지만 나홍진·박찬욱·김지운 감독 등 거장들의 귀환을 비롯해 명불허전 충무로 최고 배우들이 올해도 소처럼 일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영화계를 빛냈다.
때문에 어떤 부문이건 후보자와 작품들의 경합이 치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노미네이트 된 후보들이 곧 2016년 영화계를 한 눈에 파악케 하는 지표다.
올해 청룡영화상에서는 총 18개 부문에 걸쳐 시상이 진행된다. '곡성'이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신인여우상 등 총 11개 부문에, 1000만 영화 '부산행'이 9개 부문(10개 후보), '아가씨'가 8개 부문, '밀정'이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역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이다. 올 한 해 크고 작은 영화 시상식에서 트로피의 주인공은 대부분 '내부자들' 이병헌과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의 손예진 차지였다.
'내부자들' 이전까지 총 6번 청룡 후보에 올랐던 이병헌은 단 한 번도 수상자로 호명되지 못하는 의외의 기록을 세웠다. 곽도원·송강호·정우성·하정우 등 누가 타도 이견이 없을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만큼 이병헌이 7수의 한을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우주연상 유력 수상자는 단연 손예진이다. 여성 영화의 고갈 속에서 손예진은 올해만 두 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물론 복병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고 매 해 못해도 한 명씩은 꼭 이변의 주인공을 탄생시킨 청룡인 만큼 당연한 결과는 없다.
'굿바이 싱글'로 코미디 영화의 흥행을 이끈 김혜수와 50여 년의 내공과 노련미로 놀라운 연기력을 펼친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치명적인 스캔들에 모습을 감췄지만 캐릭터 소화 능력은 인정받은 '아가씨' 김민희, 그리고 저예산 영화의 뮤즈로 떠오른 한예리까지 경쟁 상대도 다양하다. 천우희·이정현에 이어 어떤 여배우가 눈물을 흘릴지 초미의 관심사다.
조연상과 신인상 역시 만만치 않다. 남자조연상은 '부산행' 김의성, '밀정' 엄태구, '부산행' 마동석, '터널' 오달수와 함께 '곡성'의 쿠니무라 준이 유일한 외국인 후보자로 눈길을 끈다.
여우조연상 '부산행' 정유미, '덕혜옹주' 라미란, '터널' 배두나, '곡성', '검은사제들' 박소담도 쟁쟁하다. 대부분 타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배우들이 작품과 캐릭터만 보고 조연으로 연기력을 뽐낸 것이라 평소보다 적은 비중에도 특줄난 존재감을 나타냈다. 타 시상식에서 신인상 후보였던 박소담이 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독특하다면 독특하다.
신인남우상은 30대 '날, 보러와요' 이상윤, '내부자들' 조우진, '동주' 박정민과 20대 젊은피 '그물' 이원근. '글로리데이' 지수의 경합이다. 신인여우상 후보는 '귀향' 강하나, '곡성' 김환희, '스틸플라워' 정하담, '아가씨' 김태리, '나홀로 휴가' 윤주다. '동주' 박정민과 '아가씨' 김태리가 사실상 유력 수장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