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치러진 제37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아가씨(박찬욱 감독)' 김민희에게 돌아갔다.
스캔들도, 불참도 김민희의 수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수면 아래로 사라진 김민희를 멱살잡고 끌어 올리면서 그녀의 이름이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게 만들었다. 화제성 하나 만큼은 제대로 잡았다.
하지만 김민희의 수상발표 직후 반응은 극과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물론 어떤 시상식이건 대중에게 수상 결과를 100% 만족시킬 수 없고, 또 대중 역시 100% 만족할 수는 없다. 때문에 만족이 아닌 이해로 그 해 수상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대다수의 인정과 이해가 뒤따른다면 배우도 시상식도 호평받고 칭찬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희의 여우주연상 수상 결과에는 축하와 비난이 비슷한 비율로 쏟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양 쪽의 주장이 모두 이해는 간다. 크게 보면 결국 '자격이 없다'는 것과 '자격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불륜 스캔들에 휘말려 배우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있는 김민희의 개인적인 사정도 사정이지만 김민희가 함께 오른 후보들을 제치고 트로피를 거머쥘 정도의 연기력과 영향력을 끼쳤냐는 원초적 질문에도 의문을 보이고 있다.
이 날 김민희는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덕혜옹주' 손예진', '굿바이 싱글' 김혜수, '최악의 하루' 한예리와 경합을 펼쳤다.
한예리는 첫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지만 윤여정 손예진 김혜수는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엔 이미 여러 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작품 내·외적으로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산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김민희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한 네 배우는 한 순간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 네티즌들은 '박찬욱 감독 울타리와 퀴어영화라는 장르 때문에 너무 올려치기 당한다. 연기력만 봐도 잘 모르겠다' '윤여정·손예진 연기가 김민희에 밀릴 정도는 절대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스캔들 때문에 김민희가 대단한 배우, 희대의 뮤즈처럼 보이는 것 같다' '고기굽는척 질린다' 등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김민희 수상은 당연했다' '시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스캔들 때문에 오히려 폄하 당하는 것 같은데. 계속 활동했으면 올해 여우주연상 휩쓸었을 듯' '히데코는 다시 봐도 멋지다. 대체 불가다' '못 받으면 내가 다 억울할 뻔. 솔직히 너무 아깝다' 등 의견을 전했다.
일부 팬들의 주장 때문인지 시상식 전부터 김민희가 수상을 못하면 스캔들 때문이고 김민희가 불참했기 때문에 다른 배우가 받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받아도 받지 못해도 함께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배우들에게는 민폐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트로피는 김민희의 차지였지만 축하할 대상이 현장에 없었던데다가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없기에 마음놓고 박수치지는 못했다.
올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수상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듬해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다시 모습을 내비친다. 전년도 수상자 중 병원 입원 중인 전혜진을 제외하고 유아인 이정현 오달수 최우식 이유영은 모두 수상자로 참석했다.
1년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또 굉장히 긴 시간이다. 때문에 1년 후 김민희의 사정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연 김민희가 1년 후에는 청룡영화제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낼지, 못다한 수상소감을 그때 다시 전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