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이라는 꼬리표는 그 옛날 사라진지 오래다. 데뷔 22년차. 드라마·뮤지컬·영화를 막론하고 '쓸모있는 배우'로 성장한 정성화(41)다.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정성화는 연기자로 전향, 다시 뮤지컬 무대로 자리를 옮겨 대작을 이끄는 주연 자리까지 꿰찼다. 뮤지컬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만 벌써 세 번을 수상한 능력자다.
뮤지컬 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해를 거듭할 수록 발군의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출연한 작품만 무려 18편. 영화 '스플릿(최국희 감독)을 통해 생애 첫 악역 캐릭터를 소화해낸 정성화는 하나씩 자신이 세운 목표를 현실화 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겸손하다. "짬밥 무시 못하더라구요.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눈치만 늘어. 노하우가 겸손을 만드는 것 같아요. 하하." 호탕함과 유쾌함게 진중함까지 모두 갖춘 정성화는 제 매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는 배우였다.
- '스플릿' 스코어가 아쉽지 않나.
"최선을 다 할 뿐이다. 300만이 넘고 500만이 넘는 것은 하늘이 정해주시는 일이니까. 흥행은 천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굉장히 재미있고, 멋지고, 예술성도 있는데 잘 안 되는 영화들이 있지 않나. 지금 천운은 우리 쪽 보다는 광화문에 가 있는 것 같다.(웃음)"
- 경쟁작이 시국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맞다. 뭘 하고 뭘 내놓아도 별로다.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뉴스가 더 재미있다. 그 뉴스 안 보는 우리 와이프가 뉴스 전문 채널만 틀어놓더라. 이런 상황에서 영화 개봉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운이 안 좋다고 볼 수 있지만 작게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최종 스코어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니까.
"처음에 빵 터졌다가 확 사그라드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워낭소리'처럼 야금야금 잘 되는 영화도 있지 않나. 우리 영화는 후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 극중 이름이 '두꺼비'다.
"아주 나중에 진짜 이름이 잠깐 등장하긴 한다. 나도 처음엔 궁금해서 감독님께 '두꺼비는 이름이 없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웃음) 캐릭터에 걸맞는 애칭이었던 것 같다."
- 첫 악역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이전에 카리스마 있는 역할은 몇 번 했는데 영화에서 이렇게 긴 비중의 악역으로 등장하기는 처음이다. 늘 '하고싶다 하고싶다' 말만 했지 진짜 나에게 이런 캐릭터가 올 줄은 몰랐다. 정성화를 믿어준 것 같아 고맙다."
- 너무 겸손한 발언 아닌가.
"아니다. 진심이다. 영화 산업이 그렇지 않나. 캐스팅도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느 정도의 리스크도 걸어야 하는데 난 악역을 해 본 적이 없는 배우니까. 기회가 왔다 생각했고 '이럴 때 뭐든 보여줬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휴대폰을 앞에 두고 연기 연습을 했다. 찍힌 모습을 시시때때로 확인 하면서 내 모습이 어떤지, 내 연기가 어떤지, 또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파악했다. 이렇게까지 연습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초심으로 돌아가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 뒤따른 호평에 굉장히 기분이 좋았겠다.
"뮤지컬을 하면서도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때가 관객들에게 반전을 선사한 때였다. 관객들은 정성화라는 사람을 모르고 앉아 있다가 주인공이 정성화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정성화? 개그맨 아니야? 그런 사람이 '레미제라블' 장발장을 해? 시스템이 어떻게 굴러가는거야'라는 말들을 한다. 그러다 무대를 보고 깜짝 놀라한다. 무장해제 된 관객들의 모습이 나에겐 엄청난 만족감을 준다. 그 때부터는 서로 즐기는 것이다."
- 아무리 노력을 했다고 해도 예측 가능한 상황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성공했을 때 더 큰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힘들고 어려우니까. 예를 들면 맛있겠다 생각해서 들어간 파스타 집에 생각보다 맛있는 음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맛이 있어도 왠지 내 입맛에는 안 맞는 것이다. 근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면 그 집은 최고의 맛집이 된다."
-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다.
"그래서 되든 안 되든 일단 준비를 철저히 한다. 무엇이라도 갖고 있는 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영화를 여러 편 찍으면서 배운 점이 있는데 영화 연기는 한 번데 딱 나오는 것이 아니더라. 훌륭한 선배님들을 보면 전 날까지 술을 엄청 마시고 현장에 나와 연기를 하는데도 잘한다. 전혀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카메라만 돌면 연기가 나온다. '감으로 하는거야~'라고 말하지만 알고보니 다들 뒤에서는 엄청나게 연습을 하더라. '아휴, 저 구렁이들' 싶을 때가 있는데 대다수 배우들이 그런 구렁이가 되고자 노력한다. 나도 마찬가지고."
- 혹시 체중 조절도 했나. 티셔츠 밖으로 삐져나온 뱃살까지 얄밉더라.
"체중 쪽은 신경을 전혀 못 썼는데 그런 모습이 찍힌 줄 몰랐다. 우연찮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웃음) 다만 의상은 고민했다. 엄청 정성을 들인 것 같은데 멋으로 다가오지 안흔 사람들이 있지 않나. 트랜드라고 해서 입었지만 바지도 왠지 짧아서 촌스러운 것 같고. 9부 보다는 8.7부 정도에 맞췄다. 댓글에 진심으로 욕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내심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