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는 영화 '판도라(박정우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날 시사회에는 박정우 감독과 주연배우 김남길 정진영 문정희 김대명 김주현 김명민 등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으로 공개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 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제작 기획부터 촬영, 후반작업에 개봉까지 무려 4년이 걸린 대작으로 일각에서는 외압으로 인해 개봉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사실상 정부 저격 영화로 개봉 후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 영화 스토리처럼 평범한 국민들은 잘 모르는 대한민국 원전의 현실을 촘촘하게 짚어내면서 향후 관객들의 평가를 더욱 기대케 한다. 박정우 감독은 "현실과 100% 일치한다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 대비를 한다고 하면 대책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며 "그 사실을 상정해 놓고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책을 세우고 어떤 상황이 닥칠지 시뮬레이션 하듯이 스토리를 만들어 봤다"고 설명했다.
'판도라' 시사회 후 가장 많이 주목받은 캐릭터는 역시 '특별출연' 김명민이 연기한 대통령이었다. 앞서 '밀정'에서 특별출연한 이병헌 못지 않은 '판도라' 특별출연의 존재감은 시국과 맞불려 더욱 뜨거웠다.
이에 대해 박정우 감독은 "김명민이 아니면 안 됐다. 김명민이 대통령 역할을 거절하면 아예 없애려고 했다"며 "초반은 현실에서 봤음직한 대통령, 그리고 후반에는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을 그려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연기는 무조건 김명민이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김명민은 "대통령 역을 맡았다고 할 때마다 웃으시는데 나름 최선을 다해 소화한다고 노력했다. 무능한 대통령을 어떻게 하면 무능해 보이지 않게 연기를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나 무능해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역할을 맡으면서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대사가 '죄송합니다' 다섯 글자였던 것 같다. 역시나 송구스럽다. 무엇보다 난 청와대에서 럭셔리하게 촬영했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난 재난 현장에 결국 한 번도 안 갔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고생한 배우 분들이 대단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스토리가 스토리인 만큼 시국과 연관된 질문은 빠질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배우들은 "'판도라'의 주요 소재는 원전이다. 그래서 현 시국 상황이 오히려 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기도 하다"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언급했다.
이와 함께 박정우 감독은 흥행을 예측 질문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실질적인 경쟁작은 어떤 영화가 아니라 아줌마 둘이다. 우리는 개봉까지 4년도 길다고 했는데 저 쪽은 40년을 준비했고, 우리는 150억 밖에 안 들었는데 저 쪽은 몇 천억이다. 모든 장르르 막론하고 있고 관중 동원력도 뛰어나다. 도대체 이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근데 이 나라가 기강을 바로 잡고 질서가 바로 잡히는 과정이라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못지않게 안전을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라도 바로 잡히고 안전도 확보되면 서로 좋지 않겠는가 싶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뉴스를 보고 있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