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시선이 달라졌다.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30)가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한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간) "테임즈와 3년 총액 1600만 달러(약 186억9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구단 옵션이 포함돼 실질적인 계약 기간은 '3+1년'이다. 바이아웃 금액이 100만 달러, 연도별 타석별 옵션이 50만 달러다. 2020년 구단 옵션이 발동될 경우 계약상 최대 2450만 달러(약 286억2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당장 2017시즌 연봉만 400만 달러(약 46억7000만원)다. 올해 NC에서 받았던 연봉(125만 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2013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퇴출되며 '실패한 마이너리거'로 분류됐지만 NC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빅리그 무대를 다시 밟았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다.
밀워키가 테임즈를 영입하며 누구를 포기했는지를 보면 더 놀랍다. 밀워키는 테임즈 영입 발표 하루 전 1루수 크리스 카터를 양도 선수로 지명했다. 방출 전에 밟는 절차다. 테임즈를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넣기 위한 조치다. 카터는 올해 홈런 41개를 날려 내셔널리그 이 부문 타이틀을 따냈다. 테임즈가 홈런왕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카터는 장타력이 확실하지만 정확성이 떨어진다. 올 시즌 타율은 0.222. 빅리그 통산(7년) 타율도 0.218에 그쳤다. 여기에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있어 몸값 인상이 예상됐다.
입지도 탄탄하다. 내년 시즌 연봉이 확정된 밀워키 선수 중에선 좌익수 라이언 브론(2000만 달러)과 투수 맷 가르자(125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야수 중에선 간판타자 브론에 이어 두 번째. 밀워키는 올해 연봉 총액이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21위(9897만 달러)에 그쳤다. 총액 20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은 밀워키 사정에서 상당한 투자다.
밀워키는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계약서에 포함시켜 줄 정도로 테임즈 영입에 공을 들였다. 테임즈가 원래 KBO 리그행을 선택했던 이유도 '불안정한 신분'이 싫어서다. 30일에는 데이비드 스턴스 단장,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입단식을 열며 테임즈를 예우했다.
그간 KBO 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꽤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행을 보장받지 못한 마이너리그 계약이 대부분이다. 올 시즌 대체 외국인 투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던 브라울리오 라라도 재계약 불발 뒤 워싱턴과 계약했지만,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니다. 내년 2월 스프링캠프를 통과해야 40인 로스터 등록이 가능한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1999년 롯데에서 최고 타자로 군림했던 펠릭스 호세도 2000년 뉴욕 양키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호세에 대해 "메이저리그 복귀는 하루짜리에 그칠 수도 있다"고 평했다. 그해 양키스에서 20경기를 뛰었지만, 선발 출장은 1경기뿐이었다.
테임즈는 지난해부터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다만, 밀워키 구단은 아시아 지역에 고정 스카우트를 두고 있지 않다. NC 구단 관계자는 "마산구장에 밀워키 스카우트가 온 적은 없다. 하지만 다른 구장에서 지켜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와 접점이 많지 않은 밀워키가 테임즈 영입을 결정한 건 KBO 리그 수준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mlb.com)는 테임즈의 계약 소식을 전하며 "KBO 리그는 보통 일본 프로야구보다 아래, 마이너리그 트리플 A 수준으로 비교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강정호(피츠버그), 김현수(볼티모어) 등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테임즈는 '한국판 세실 필더'가 될지도 모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그저 그런 선수던 필더는 1989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38홈런을 때려 냈다. 그리고 이듬해 메이저리그로 복귀해 디트로이트에서 무려 51홈런을 쳤다. 메이저리그에서 13년 만에 나온 50+홈런 기록이었다. 1991년에도 44홈런으로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필더의 화려한 복귀는 메이저리그에서 일본 프로야구에 대해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