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가에서 가상 연애와 가상 결혼이 인기를 얻은 지는 오래다. 이젠 가상 죽음까지 등장했다. 죽음을 준비하며 가상의 노년을 살아보는 출연자의 리얼한 일상을 담아낸다. 자칫 예능답지 않은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 있지만, 무거운 만큼 감동 또한 묵직하다.
지난 11월 30일 첫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내게 남은 48시간'은 출연자들에게 48시간의 시한부 인생을 부여하는 콘셉트다. 손목 시계의 버튼을 누르면 48시간이 점차 줄어든다. 출연자들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실행하기도 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살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살아남을 이들을 위한 일들을 한다.
1일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시즌 2 준비에 돌입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미래일기'는 노인이 된 출연자의 가상 미래일기를 담는다. 꿈꾸는 미래를 다 이루고 난 후, 그 꿈같은 시간을 가상으로 살아보는 이야기다.
'내게 남은 48시간'이 죽음을 강조하고, '미래일기'가 죽음 대신 노후에 방점을 찍는다는 차이점은 있다. 그러나 상황 전개는 비슷하다. 출연자들은 가상 현실에 몰입해, 그동안의 삶을 뒤돌아본다. 그 과정에서 서운함과 아쉬움이 생겨나고, 가상 현실이 끝나는 순간 현실은 그 전보다 훨씬 소중해진다. 그리고 시청자는 이입하고 몰입한다. TV 속 가상 현실을 바라보며 '나는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 혹은 어떻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한 법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일명 웰다잉 법이다. 이 법에 따라 2017년 2월부터 임종기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이 허용된다. 내가 나를 파괴할 권리가 부여된 것이다.
웰다잉 예능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태어났다. 가상이지만, 죽음의 시기를 뜻대로 정하고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회고의 행위가 주는 울림은 기대 이상이다. '내게 남은 48시간'의 전성호 PD는 "죽음을 체험하게 된다면 진짜 죽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시청자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