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 서울의 골잡이 박주영(31)이 2016시즌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9-10으로 졌다. 지난달 27일 원정 1차전에서 1-2로 패한 서울은 이날 정규 시간 90분 동안 2-1로 앞서며 연장 승부로 몰아갔지만 승부차기에 무릎을 꿇었다. 박주영은 2차전에서 서울이 터뜨린 필드골 2골을 모두 어시스트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주영은 "도움을 기록한 건 기쁘지만 결과가 아쉬워서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며 "(내 도움 덕분에) 팀이 승부차기까지 가서 다행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주영은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지만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갔다. 그는 "(서울 선수들이) 2차전을 앞두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최고의 경기를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며 "승부차기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에게 2016년은 다사다난했다. 2016시즌을 앞두고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았던 차두리(35)가 은퇴해 베테랑 박주영의 부담감이 커졌다. 또 시즌 중반 정들었던 최용수(43) 감독이 장쑤 쑤닝으로 떠났다. 이후 황선홍(48)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아 적응기를 겪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사력을 다해 뛰었고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내내 선두를 지켜 온 전북 현대와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대역전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전북을 반드시 이겨야 우승하는 최종전에서 박주영은 환상적인 오른발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내며 서울에 1-0승리를 안겼다. 서울은 승점 70점, 전북은 승점 67점을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규 리그의 영웅으로 불렸던 박주영이지만 FA컵 결승에선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박주영은 올 시즌을 '후회 없는 해'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정말 어려웠다"며 "팀은 정규 리그에서 우승했고 나는 한 시즌을 부상 없이 완주했다는 점에서 후회 없는 한 해였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