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슈퍼스타K' 시리즈를 필두로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엔 악마의 편집 논란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제작진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항상 해명과 사과를 하면서도 이를 반복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는 자극적인 연출이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시기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은 다른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슈퍼스타K 2016'은 논란 한 번 없이 시즌을 조용히 마무리했고,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도 세간을 들썩이게 할 만한 사건은 없었다.
'악마의 편집 실종 사태'는 오디션 예능의 하락과 결을 같이한다. 악마의 편집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프로그램은 주로 오디션 예능이었다. 출연자들이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출연자의 캐릭터와 성격을 의도한 대로 꾸밀 수 있다. 그러나 자극적 연출의 스토리텔링이 반복되자 시청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이에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은 차례로 문을 닫았고, 시대를 풍미하던 악마의 편집도 자취를 감췄다.
노이즈 마케팅 효과에서 노이즈만 남고 마케팅은 사라진 것도 '악마의 편집 실종'의 한 요인이다. 반복되는 논란, 매번 말뿐인 제작진의 해명과 사과에 맹비난이 쏟아졌다. 화제성 상승 폭보다 시청자의 거부감이 더 커졌다.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전과'가 있는 프로그램들의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이번엔 악마의 편집이 없다"는 공약 아닌 공약을 내걸어야 했다.
[사진=Mnet ‘프로듀스 101’ 계약서]
[사진=Mnet ‘프로듀스 101’ 계약서]
일각에선 '악마의 편집 실종'에 대해 '영리한' 제작진이 애초 논란의 싹을 잘라버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전까지 출연 계약서는 '부당한 편집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일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연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수단이 보장돼야 한다"며 Mnet '프로듀서101' 등의 오디션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에 해당 조항을 삭제하도록 했다. 한 오디션 예능프로그램 출연자는 "SNS에 악마의 편집을 거론할 경우 억대에 이르는 배상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악마의 편집이 사라지자 착한 예능의 시대가 열렸다. 오디션 예능도 출연자의 음악적 역량과 성장 등 본분에 충실한 모습. 악마의 편집 없이도 SBS 'K팝스타6 더 라스트 찬스', JTBC '팬텀싱어' 등은 시청률 고공 행진 중이다. '팬텀싱어'의 김형중 PD는 "재료가 없을 때 내용을 부풀리기 위해 악마의 편집을 한다. (우리 프로그램은) 재료가 너무 많아 균등하게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상황이다. 악마의 편집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