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을 앞두고 권혁(32억원)과 송은범(34억원)·배영수(21억5000만원)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에는 정우람(84억원)과 심수창(13억원)을 영입했다. FA 투수 5명에게 쏟아부은 금액은 184억5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과는 '절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권혁은 2년 연속 혹사 논란 속에 많은 경기에 등판하며 팀에 공헌했다. 심수창은 평균자책점이 5.96이었지만, 100이닝 넘게 던지며 투수진 운영에 숨통을 틔워줬다. 정우람도 최근 3년 동안 가장 많은 81이닝을 던지며 분전했다. 하지만 약한 팀 전력에서 역대 최고액 마무리투수는 '사치'였다. 다. 배영수는 올시즌 아예 던지지 못했고, 송은범 계약은 FA사에 손꼽힐 실패작이었다.
한화는 박종훈 단장 취임 후 외부 FA 영입을 중단했다. 기존 전력으로 2017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부진했던 FA 투수들의 부활이 필요하다.
송은범은 지난 두 시즌 동안 63경기(선발 41경기)에 등판해 4승20패 2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6.64를 기록했다. KIA 시절 무너졌던 투구 밸런스를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일본인 인스트럭터에게 자문을 구했고, 투구 폼을 바꿔보는 등 여러 노력을 했다. 하지만 SK에서의 전성기 시절의 구위와 제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송은범은 선발 요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태양·안영명과 함께 2017시즌 한화 토종 선발진을 이끌어야 한다.
배영수는 지난해 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재활과 복귀까지 통상 4~5개월 가량 소요되는 수술이지만, 배영수의 회복은 더뎠다. 개막전 엔트리 합류에 실패했고, 기약없는 재활에 매달렸다. 지난 8월 1군 선수단에 합류해 구위 점검을 받았지만, 합격을 받지 못했다. 끝내 1군 등판에 실패했다. 배영수가 시즌을 통째로 쉰 건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은 지난 2007년 이후 9년 만이다.
배영수는 절치부심하며 지난 10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투구를 하며 팔꿈치 상태에 자신감을 회복됐다. 배영수는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베테랑이다. 그가 성공적으로 복귀하면 파급력이 크다. 배영수는 "2017시즌이 승부"라며 "선수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부활을 노리고 있다.
정우람은 팀 내에서 세 번째 많은 61경기에 등판해 8승 5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블론세이브 7개를 기록했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11에 달했다. SK 시절의 안정감을 잃었다. 악순환의 반복이 안정감 저하의 원인이었다. 한화는 선발 투수 조기강판이 가장 잦은 팀이었다. 셋업맨의 등판 시점이 빨라졌다. 자연스럽게 마무리 정우람이 1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상황이 많아졌다. 81이닝은 10개 구단 마무리 가운데 최다다.
기량으로는 여전히 정우람은 최고 구원투수로 꼽힌다. 내년 활약은 정우람 자신보다는 '정상적인' 투수진 운용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