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많이 했다. 왼손 권혁을 2015년 FA로 4년 32억원에 영입했다. 2016년 FA 정우람에게는 4년 84억원이라는 역대 구원투수 최고액을 안겼다. 팀 공헌도도 높았다. 올시즌 한화는 선발투수보다 불펜이 더 많은 이닝을 던진 유일한 팀이었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에서 한화 불펜은 팀에 10.13승을 더 안겨줬다. NC(11.93승) 다음으로 많다. 선발진은 2.99승으로 최하위였다.
여기까지는 잘했다. 하지만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간스포츠는 최근 SD(셧다운)와 MD(멜트다운)라는 새로운 구원투수 평가지표를 소개했다. 등판에서 팀 승리확률을 일정 기준 이상 끌어올리면 SD,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뜨리면 MD를 부여한다. 세이브와 블론세이브와 비슷하지만, 세이브 상황이 아닌 모든 구원 등판에 적용된다는 게 장점이다.
한화 불펜의 올시즌 SD는 118회로 LG(130회) 다음으로 많다. 타 팀에 비해 구원등판이 잦기도 했지만, 구원투수가 잘 던진 경기가 많았다는 의미다. 실제 한화 불펜진의 실력은 타 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정우람은 오승환 이후 최고 구원투수로 꼽힌다. 권혁은 삼성 시절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수술 이후 회복기도 있었지만, 워낙 불펜 동료들이 막강해 원포인트 구원으로 기용됐다. 하지만 그는 가장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리는 왼손 구원투수로 꼽힌다. 박정진의 슬라이더는 상대 타자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공이며, 송창식도 좋은 공을 던진다. SD 횟수는 2위지만, MD도 가장 많다는 게 문제다. 세이브성공률처럼 SD율[SD/(SD+MD)]을 구한다면 한화는 51.8%다. 삼성(48.9%)과 롯데(50.5%) 다음으로 나쁘다. 한화는 팀 승리확률을 높일, 즉 위기 상황을 막을 능력이 있는 구원 투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너무 자주, 많이 던지게 했다. 그래서 능력에 비해 많은 MD가 나왔다.
여기에서 '김성근호 한화'의 두 번째 상징어인 '혹사'의 문제가 나온다. 투수를 건강하게 기용하면서도 성적을 내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투수를 무리시키면서도 성적을 내는 건 그보다는 나쁘다. 더 나쁜 건 혹사를 강요하면서도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SD와 MD로 본 2016년 한화 불펜은 덜 혹사를 시켰다면 더 좋은 성적이 나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화는 박종훈 단장 체제 아래 1·2군 분리 운영이라는 시도를 하고 있다. 불펜 운용은 기본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다. 하지만 불펜 투수 혹사가 야기할 부상은 감독이 아닌 구단이 감당해야 할 손실이다. 이 점은 내년 한화 구단의 잠재적인 갈등 요소다. 새로운 체제는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평행성을 달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