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전담 포수'를 운영했던 팀이다. 유강남(24)은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와 우규민, 정상호(34)는 헨리 소사와 류제국의 전담 포수로 나섰다. LG는 선발투수들의 호투에 힘입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두 포수의 역할도 컸다.
정상호의 재도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11월, 총액 32억원에 LG와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한 그는 정규 시즌 77경기에서 타율 0.182·1홈런·10타점에 그쳤다. 허리통증과 타격 부진으로 시즌 내내 존재감이 없었다. 주전 마스크는 유강남의 몫이었다. 하지만 시즌 후반 컨디션을 회복했고,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바탕으로 LG의 10월 돌풍을 이끌었다. 정상호도 "속죄했다고 할 순 없지만 좋은 기운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LG 코칭스태프는 시즌 개막전부터 정상호에게 풀타임 포수를 맡길 계획은 없었다. 김정민 배터리코치는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세 번뿐인 선수다. 한 시즌 내내 선발포수로 나서긴 어렵다. 유강남과 적절히 분배하겠다"고 했다.
정상호가 30대 중반을 넘어선 만큼 이 방침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젊은 유강남에게 성장 기회를 줘야 할 필요도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안방 운용 청사진이 나왔다. 정상호와 유강남은 내년에도 조금 더 잘 맞는 선발투수를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투수들도 포스트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류제국은 포스트시즌 3경기(15⅔이닝)에서 모두 정상호와 호흡을 맞췄다. 평균자책점도 2.88로 좋았다. 소사는 선발 등판한 2경기(12⅓이닝)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정상호의 리드 덕을 봤다. 류제국은 "정상호 선배는 투수조차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볼 배합을 한다.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4회 초 2사 1·2루에서 박석민을 상대했다. 공 4개 모두 직구 사인을 내더라. 투 스트라이크 이후엔 커브를 낼 줄 알았다. 빠른공 뒤에 타이밍을 뺏는 공은 공식이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사인을 한다. 그래서 무조건 믿는다"고 설명했다.
유강남은 허프 전담으로 확실해 보인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허프의 뼈속까지 이해하기 위해 공부한다"고. 정규 시즌에서도 가장 자주 호흡을 맞췄다. 평소 "리드하는 맛이 있는 투수다"며 극찬한 우규민은 삼성으로 이적했다. 5선발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후보 이준형, 임찬규도 정상호보다 유강남과 더 자주 배터리를 이뤘다.
통상 선발투수는 5명. 두 포수의 '선발투수 점유 경쟁'에서 관건은 차우찬이다. 차우찬은 LG가 장기적으로 우승을 노리고 95억원을 투자한 투수다. 차우찬은 선발로 재전환한 지난해엔 포수를 가렸다. 시즌 초반, 주전 포수 이지영이 아닌 진갑용과 배터리를 이뤘다. 이후엔 주로 이흥련이 차우찬의 공을 받았다. 후반기에야 이지영과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올 시즌엔 이지영과 20경기를 1회부터 뛰었다.
이흥련은 장원삼, 차우찬 등 왼손 투수들이 선호하는 포수였다. LG에선 유강남이 왼손 투수 허프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하지만 차우찬은 진갑용의 리드를 극찬하며 믿음을 보내기도 했다. 베테랑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차우찬을 얻는 포수가 내년 시즌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