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62) 대구 FC 대표이사가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강원 FC다. 2016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클래식(1부리그)으로 승격한 두 팀이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은 폭풍 영입을 하고 있다. 이근호(31)를 시작으로 MVP 정조국(32)까지 품었다.
반면 대구는 조용하다. 임대 신분이었던 세징야(27·브라질)를 완전 이적시킨 것과 함께 김현성(23), 김선민(25), 한희훈(26)을 새롭게 영입했다. '빅네임'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 대표에게 질문이 쏟아지는 것이다. '강원은 저렇게 돈을 쓰는데 대구는 왜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핵심이다.
28일 본지와 인터뷰를 한 조 대표는 이 질문에 여유롭게 웃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원과 대구의 철학과 방향이 다를뿐이다. 조 대표는 화려함이 아닌 내실 다지기를 선택했다.
조 대표는 "강원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른다. 재정적인 힘이 갖춰졌을 때 빅네임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구단을 운영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강원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대구 역시 재정적으로 풍부하다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냉정하게 대구의 현실을 파악했다.
"대구의 목표는 정확하다. 1부리그 잔류다. 지금 전력으로 조직력을 더 갖춘다면 1부에 잔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클래식에 맞는 수준 높은 훈련을 하면서 내실을 더 다질 것이다. 조직력이 좋으면 팀은 강해진다. 레스터 시티도 비싼 선수들을 가지고 우승을 한 것이 아니다."
조 대표 역시 비싼 선수 영입 유혹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는 "클래식을 위해 욕심을 부렸다면 더 많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유는 내년 한 시즌이 아니라 앞으로 몇 십 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축구전용구장을 짓고 있다. 클럽하우스도 만들고 있다. 올해 유소년축구센터가 완공돼 운영하고 있다. 대구가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 당장 선수 영입 욕심을 부리기보다 프로팀으로서 완벽한 모습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조 대표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강팀을 만들기 위한 기초 투자를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2018년 개장을 목표로 최근 대구시민운동장을 1만2000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으로 리모델링 하고 있다. 클럽하우스도 함께 만들고 있다. 그래서 경기력적인 목표도 외부 선수 영입이 아닌 내부 선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클래식에서 1년만 버틴다면 선수들의 경험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대구 선수단 대부분 연령층이 어리다. 시간이 갈수록 힘을 얻고 강해질 수 있는 선수들이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더 이상의 선수 영입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유소년 육성과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유소년이 곧 팀의 미래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이제 그가 주목하는 것은 선수에 대한 대우다. 대구는 2016시즌 챌린지에서 기업 구단인 부산 아이파크 다음으로 많은 선수 연봉을 썼다. 부산이 35억원을 썼고, 대구가 33억원을 기록했다. 3위 강원(23억원)과는 10억 이상 높은 금액을 지불했다. 챌린지에서 최고 대우를 해줬고 이제 클래식에 걸맞게 연봉과 수당을 올려줄 계획이다.
"방법의 차이다. 좋은 선수를 영입해서 꾸려 나가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외부 영입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는 방법도 있다. 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 멀리 보고 싶다."
강원과 비교가 아닌 대구 자체의 정체성을 봐달라는 조 대표의 마지막 당부였다. 대구는 틀리지 않았다. 강원과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