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팀 분위기, 강·약점, 전술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때로는 시원스럽게 외치기도 하지만 조심스럽게 감추기도 한다. 올 시즌 각 팀 '한 시즌 농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령탑(전임 포함)의 한 마디를 선정했다.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김기태 KIA 감독 =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LG에게 패한 뒤 남긴 말. 김 감독은 KIA가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 고참 선수들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을 많이 등용했다. 선수층은 점차 두꺼워졌고, 팀엔 활력이 생겼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패자의 역할로 가을야구 전초전을 뜨겁게 달궜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 더 강한 팀을 자신했다. 젊은 선수들은 값진 경험을 얻었고, 기존 주축 선수들도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FA(프리에이전트) 최대어 최형우까지 영입해 공격력을 향상시켰다. 에이스 양현종과도 1년 더 함께 한다. 평소 김 감독은 입버릇처럼 "좋은 기운을 달라"고 한다. KIA는 그 어느 팀보다 강한 기운을 가진 팀이 됐다.
"우승을 못해 미안하다"
염경엽 전 넥센 감독 = 넥센의 2016년은 사령탑의 자진 사퇴와 함께 끝났다. 염 감독은 지난 10월 17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하며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뒤,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이와같은 의사를 전했다. 염 감독의 거취는 이전부터 말이 많았다. 이날 경기 전 넥센에서의 감독 생활을 정리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넥센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과 2014년 준우승을 이끈 감독이다. 올 시즌은 전력 이탈이 큰 상황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끝은 좋지 않았다.
"팬들을 보고 있으니 좋네요"
양상문 LG 감독 =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10월 17일. 양상문 감독은 홀로 더그아웃에 앉아 오랜 시간 외야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고 했다. "한 번 야인으로 살았던 사람만 아는 기분"이라며. 2010년 롯데와 재계약에 실패한 뒤 3년 넘게 현장을 떠나 있었다. "팬들의 환호성에 감격할 수 있고, 기뻐하며 귀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양 감독이 선언한 LG의 체질 개선은 전반기까지만 해도 지지받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팀은 강해졌고, 성적과 성장을 모두 잡았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시즌을 보냈다.
"유니폼 입은 선수들 잘못은 모두 감독 탓"
김경문 NC 감독 = 올 시즌 NC는 선수들의 일탈로 명예가 실추됐다. 소속 투수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연루됐고, 주축 타자 에릭 테임즈는 음주 운전을 해 물의를 빚었다. 전 소속 투수던 이성민도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구단이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신생팀 NC의 초대 사령탑이다. 구단 역사와 함께한다. 2014시즌부터 3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이어지면서 그 성과가 빛이 바랬다.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한 지난 9월, 기쁨보다는 책임을 통감하며 선수들의 일탈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기는 야구다"
김태형 두산 감독 = 통합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산다운 야구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한 말.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는 패전을 보상 받을 수 없다고 본다. 좋은 팀 분위기도 승리가 있어야 생긴다고 믿는다. 그리고 3연패를 자신했다. 시즌 전부터 두산의 독주가 전망됐다. 탄탄한 선발진을 갖췄고, 야수진 전력도 뛰어났다. 김 감독도 "선수들이 알아서 잘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말을 자주했다. 하지만 사령탑의 팀 장악력이야말로 강팀 두산의 원동력이다. 1루로 전력 질주 하지 않으면 주장도 가차없이 불러세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아직 멀었다.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조범현 전 kt 감독 = kt 마운드의 미래 주권은 6월 2일 사직 롯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상승세를 탔다. 그는 이전 등판인 5월 27일 수원 넥센전에서 kt의 창단 첫 완봉승을 거둔 투수가 됐다. 하지만 조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주권의 성장을 인정하면서도 칭찬만 하지는 않았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로 봤다. 팀의 다른 투수진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었다. 항상 당근과 채찍을 함께 댔다. 조 감독은 kt의 초대 감독이다. 신생팀의 1군 무대 안착을 위해 노력했다. 성적은 2년 연속 최하위였다. 하지만 기회를 얻은 젊은 선수들은 1군 무대에 걸맞은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분명 현 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 가능성을 결과로 입증해야한다. 평소 조 감독이 하던 말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안녕하겠노"
류중일 전 삼성 감독 = 지난 7월 26일 NC와의 홈 경기, 전 소속 선수 박석민이 류중일 감독에게 인사를 건네자 한 말이다. 물론 어조는 농담. 하지만 참담한 상황을 대변한 한탄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해외원정도박 혐의가 불거진 임창용을 방출했다. 거포 내야수 야마이코 나바로는 일본 무대로 떠났고, 내부 FA 박석민도 잡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들도 부진했다. 앨런 웹스터와 콜린 벨레스터는 기량이 떨어져 교체했다. 대체 선수 아놀드 레온은 부상 탓에 두 차례 등판하는데 그쳤다. 타자 아롬 발디리스도 부상과 부진이 이어졌다. 7월 21일엔 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투수 안지만과의 계약해지 승인을 요청했고, KBO는 참가활동 정지 징계를 내렸다.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정규 시즌을 9위로 마쳤다.
"선발진 구축 실패가 뼈아프다"
조원우 롯데 감독 = 롯데는 2년 연속 선발진에 발목이 잡혔다. 표면적으로는 불펜 부진이 도드라졌지만, 5선발 구축에 실패하면서 마운드 운용에 악순환이 지속됐다. 조 감독도 인정했다. 박세웅, 박진형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 가능성은 확인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노경은도 선발 로테이션을 채울 수 있는 투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불안 요인이 많다. 롯데 타선은 지난해 뜨거웠다. 하지만 올 시즌은 팀 타율과 팀 득점 모두 떨어졌다. 마운드 안정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롯데의 내년 시즌 화두다.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김성근 한화 감독 = 지난 8월 23일 넥센과의 홈 경기를 앞둔 김 감독 2년 차 투수 김민수의 혹사 논란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다른 팀 투수도 4일 연속 등판할 때가 있다. 팀이 필요할 때 선수를 기용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리그 전체에 만연한 현상이 유독 자신에게만 가혹하다는 생각이 전해졌다. 하지만 한화 불펜진 운용은 지난해도 논란이 됐다. '내일이 없는 투수 운용'이 잦았다. 후반기 급격히 구위가 떨어지거나 부상을 당한 투수도 많았다. 올해는 주축 투수 권혁과 송창식이 나린히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올 시즌 95이닝 이상 던졌다.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한화 투수는 없다. 하지만 9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는 가장 많다. 보직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의미. 현장 결정권은 여전히 김 감독이 쥐고 있다. 투수 운용 방침이 변할 가능성은 낮다.
"개과천선하는 지 봐야죠
김용희 전 SK 감독 = 올 시즌 최정의 각성은 김용희 감독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지난 7월 7일 kt와의 홈 경기 4회 말, 본헤드플레이를 했다. 2루 주자로 누상에 었지만 상대 투수의 견제 때 머리에 맞을까 손을 머리에 감싸고 시선을 피했다. 발을 뻗은 위치는 베이스보다 앞이었고, 그대로 태그아웃 당했다. 평소 신사 성향을 가진 김 감독도 대노했고 5회 초 수비에서 뺐다. 하지만 다음 경기에서 최정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날까지 타율 0.255·15홈런에 그쳤던 최정은 이후 63경기에서 0.327·25홈런을 기록했다.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정은 연말 시상식에서 김용희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용희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됐다. 하지만 주축 타자가 제 실력을 되찾도록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