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이장석(51) 넥센 히어로즈 대표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이 대표와 남궁종환(48) 부사장은 현재 사기와 배임·횡령 사건 피고인 신분이다.
공판을 나흘 앞둔 13일 두 사람은 각각 KBO이사와 단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구단을 운영하는 서울 히어로즈 법인의 대표이사는 13일 선임된 최창복 대표(KBO 이사 겸임)와 이장석 대표 2인 체제다. 여전히 구단에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기 혐의는 2008년부터 시작된 재미동포 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의 지분 분쟁 연장선상이다. 이 대표가 2008년 투자 계약에 따른 구단 지분을 양도하지 않았다는 게 주 혐의다. 검찰 수사에서 거액의 배임·횡령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두 사람을 지난해 9월 29일 불구속기소했다.
이 대표는 대형로펌 김&장 소속 변호사 등 19명의 대형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13일 KBO이사직 사임 때는 “넥센히어로즈가 책임경영으로 야구는 물론 구단운영까지도 깨끗한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을까. 일간스포츠는 이 사건 검찰 공소장을 입수해 분석했다.
◇공동 ▶사기(20억원) 이 대표와 남궁 부사장은 2008년 홍성은 회장에게 20억원을 투자하면 지분 40%를 양도하겠다는 계약을 했다. 이에 홍 회장은 2008년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억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를 ‘공모에 의한 사기’로 파악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민사소송은 2013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당초 이 대표 측은 ‘지분 양도가 아닌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었지만 2014년 이후 지분 투자계약이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계약 주체인 회사(서울 히어로즈)에 지분이 없으므로 양도할 능력이 없다”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했다. 현재 진행형이다.
▶횡령(약 21억원)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횡령이 이뤄졌다고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첫 번째는 허위거래, 미지급금, 예수금 계정 등을 활용해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가짜 계약서와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회사 자금을 제3자에게 입금한 뒤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을 당시 임원 개인 계좌로 돌려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횡령한 금액은 10억원으로 공소장에 기재돼 있다. 넥센은 2015년까지 목동구장 매점 일부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1년 위탁업체로부터 받은 보증금 23억5000만원 중 4억6000만원 가량을 약 2개월 뒤 남궁 부사장이 보증금 반환을 가장해 생활비 및 개인채무 변제용으로 사용했다. 이장석 대표도 보고를 통해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정황을 검찰은 공모로 파악했다. 또 비자금 마련을 위해 임대보증금 반환을 가장해 현금화한 금액이 6억2000만원이다.
▶배임(약 19억원) 이 대표와 남궁 부사장은 2014년 서울 청담동 소재 ㄴ유흥주점 인수를 위해 이모씨에게 2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사실상 임대보증금 등이 담보 효력이 없는 계약이었다. 이모씨도 재산이 거의 없었다. 검찰은 두 사람이 이모씨에게 2억원을 이익을 안겨다주고, 회사에 그만큼의 손실을 끼친 계약으로 봐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그리고 2015년 12월 23일 주요 스폰서 유치 인센티브 명목으로 이장석 대표는 10억원, 남궁종환 부사장은 7억원을 지급받았다. 당시까지 구단의 누적 결손금은 268억원에 달했다.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
지난해 일간스포츠는 2015년 해당 사항에 대해 넥센 구단에 질의를 했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답변했다.
◇이장석 대표 단독 횡령(약 28억원) 상품권을 환전하는 수법이 동원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구단 매점 위탁보증금 중 일부를 접대비 계정을 활용해 상품권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를 유통업체에서 환전했다. 실제로는 상품권을 접대 명목으로 사용하지 않고 속칭 '깡'을 해서 현금을 자기 몫으로 한 것이다. 해당 금액은 13억4500만원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를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또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임대료 월 350만원을 구단이 대납하도록 했다. 아파트 임대인은 이 대표의 가족이다. 임대료는 44회에 걸쳐 총 1억5400만원이 대납됐다. 이와 함께 역시 가족으로부터 빌린 개인 채무 115만 달러(약 13억원)를 관리팀장을 시켜 변제하도록 했다. 변제는 2012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꾸준히 이뤄졌다.
◇남궁종환 부사장 단독 횡령(약 14억5000만원) 2011~2012년 임대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처럼 꾸며 회사 자금을 제 3자에게 보내는 방법으로 생활비와 개인채무 변제를 위해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렇게 횡령된 금액을 약 10억7000만원으로 파악했다. 남궁 부사장은 2011년에는 대부업체로부터 개인적으로 2억원을 빌리면서 구단 명의 계좌의 예금 2억5000만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2014년 6월까지 채무 변제를 하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2억5000만원을 전액 인출했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상품권 환전을 위한 횡령도 이뤄졌다. 검찰이 파악한 금액은 이 대표보다는 적은 2900만원이다.
17일 첫 공판에서 피고측 변호인은 한 잡지의 구단가치평가액이 1000억원을 넘는다는 점 등을 들어 "이장석 대표가 프로야구 경영에 큰 성과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창단 당시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를 구하는 데 이장석 대표가 공헌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비용이 필요했다"며 일부 공소 사실을 인정했다.
변호인의 주장처험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모기업이 없는 조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성적 뿐 아니라 독특한 구단 운영방식과 매출 상승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구단 채무와 적자 역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넥센 구단의 전 관계자는 "수입과 지출 규모를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렵다. 적어도 적자는 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구단 사장과 부사장이 개인 이익을 우선했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라고 변론했다. 어쨌든, 검찰은 넥센 히어로즈 구단에서 수 년에 걸쳐 수십억원의 배임과 횡령이 발생했다는 혐의로 이장석 대표와 남궁종환 부사장을 기소한 상태다. 최종적인 판단은 이후 판결에서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