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외 1순위를 넘어 0순위에 해당하는 중견급 톱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조연 배우들과 신인 배우들, 또 그들이 속한 소속사의 주요 체크 리스트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흥행 족집게'라 불리는 송강호·이병헌·황정민의 차기작은 정보를 빨리 아는 것 만으로도 '승자' 소리를 듣는다.
이들은 영화계 '매의 눈'을 가진 배우들로 유명하다. 대부분 촬영 중 새 시나리오를 받고, 차기작에 차차기작까지 빠르게 선택해 공개하는 편이지만 잠깐이나마 공백이 있고 정보가 부족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궁금해 한다. 이들이 현재 어떤 작품을 보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는지 말이다.
탈고된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도 연기가 됐든 아이디어가 됐든 부족한 2%를 어떻게든 채워넣을 능력이 있는 배우들이다. 때문에 선택하면 사실상 흥행으로 직결된다. 신인 감독도 스타 감독 반열에 올려 놓는다. '롤모델'로 꼽히는 이유가 단지 연기력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세 배우가 출연한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투자가 수월하다. 믿고보는 배우'라는 말이 남발하는 요즘이지만 믿고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며 "영화를 바라보고 기다리는 관객들의 관심의 크기도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 중에 세 배우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배우들의 배우라는 표현이 맞다"며 ""결국 내가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어떤 작품에서 누구와 함께 작업했는지 역시 배우에게는 곧 스펙이고 인맥이자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다. 어차피 같은 위치라면 뱀의 꼬리보다는 용의 꼬리가 더 낫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좋은 배급사·제작사·유명 감독·스케일 등 될 만한 영화를 판가름 짓는 이유는 당연히 많다. 그 중에서도 송강호·이병헌·황정민이 선택하는 작품은 확률이 아주 높은 축에 속한다. 작은 역할이라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PD와 감독에게 오디션 기회라도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충무로 분위기가 이제 조금씩 파악 된다는 한 배우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엄청 유명한 톱배우 분도 선배들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늘 앉아 있다고 하더라.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가 나오겠나. 좋은 작품을 찍는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인맥의 중요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가만히 앉아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길 바라는 것이 더 무모한 행동 같다. 어디든 직접 발로 뛸 생각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