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2000년 여름 리그를 앞두고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이래로 국내 선수가 득점 부문 선두를 차지한 경우는 딱 한 번이다. 2004 겨울 리그에서 정선민(43·당시 KB스타즈)이 경기당 평균 21.5득점(20경기)을 올리며 처음이자 마지막 토종 선수 득점 1위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 제도는 2007~2008시즌 폐지됐다가 2012~2013시즌 부활했는데 이후에도 득점 부문은 외국인 선수가 득세했다. 최근 4시즌 동안 국내 선수가 득점 2위 이내에 든 적이 없을 만큼 외국인 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였다. 심지어 지난 시즌의 경우는 득점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독식했다.
이런 가운데 김단비가 올 시즌 여자 농구 역사상 두 번째 득점왕에 도전한다. 현재 평균 15.6득점을 기록 중인 김단비는 15.9득점의 카리마 크리스마스(28·구리 KDB생명)와 15.8득점의 존쿠엘 존스(23·아산 우리은행)에 이어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다. 포워드 크리스마스는 미국, 센터 존스는 바하마 출신이다.
김단비는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 시즌 12.26득점을 꽂았던 김단비는 이번 시즌엔 평균 3득점을 더 쏘아올리고 있다. 평균 16득점을 기록했을 때인 2011~2012시즌 만큼이나 절정의 슛 감각이다. 16득점은 김단비의 시즌 최다 득점이다.
득점 기회도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이번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아두트 불각(25·수단)과 데스티니 윌리엄즈(26·미국)가 기대에 못 미쳐 김단비에게 슈팅 찬스가 몰리고 있다.
23일 벌어진 부천 KEB하나은행전만 봐도 김단비의 의존도가 잘 드러난다. 이 경기에서 3점포 4개를 포함해 20득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70-49 대승에 기여했다. 시즌 10승14패가 된 신한은행은 종전 4위에서 한 계단 도약하며 정규 리그 3위까지 나갈 수 있는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이어 갔다.
경쟁자들의 팀 상황도 호재다. 정규 리그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둔 우리은행은 남은 시즌 2진급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대신 챔피언결정전을 대비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존스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하위권 KDB생명 소속 크리스마스의 경우는 뒤를 받쳐 줄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 부담이다. 득점에만 주력할 수 있는 김단비와 달리 크리스마스는 득점뿐 아니라 리바운드에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김단비가 시즌 막판 1위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충분한 이유다.
김단비는 여자 농구 최고의 스타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그는 신인 시절을 거쳐 팀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이후 2012~2013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연봉 3억원에 3년간 뛰는 조건으로 팀과 재계약했다. 당시 여자 농구 사상 첫 연봉 3억원 시대를 열었다.
김단비는 득점은 물론이고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슛에서도 뛰어난 멀티형 포워드라는 평가다. 실제로 올 시즌 현재 경기당 리바운드 7위(6.6개), 어시스트 3위(3.8개), 스틸 1위(2개), 블록슛 3위(1.4개)에 올라 있다.
박종천 KBS N 농구 해설위원은 "김단비의 슛 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다.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라면서 "올 시즌에는 노련미까지 보이는 만큼 득점에서는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