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비시즌인 겨울에도 시끄럽다. 전북 현대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 결과가 이틀 뒤인 3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 소속 스카우트는 지난해 심판 매수 혐의로 국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를 이유로 지난 1월 18일 전북의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박탈했다. 전북은 즉각 "이중징계에 해당한다"며 불복 뜻을 밝히고 CAS에 항소했다.
CAS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AFC 출전관리기구(ECB) 결정에 대한 전북 현대의 제소 사실을 밝히며 "다음 달 3일(당시 발표 기준)까지 이 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소속 각 구단들은 이번 전북의 CAS 항소 및 결과 발표에 주시하고 있다. 만약 CAS가 전북의 손을 들어줄 경우 AFC가 박탈 결정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북의 출전권 박탈로 우여곡절 끝에 4번 씨드를 받아 ACL 출전권을 획득한 울산 현대는 모든 일들이 물거품이 될 처지다.
이중처벌을 금지하는 CAS의 결정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AFC가 반드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전세계 스포츠와 관련한 소송을 중재하는 기구인 CAS의 결정을 AFC가 따르지 않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스포츠계의 중론이다.
일간스포츠는 31일 클래식 4개 구단 관계자에게 전북의 CAS 승소 가능성과 AFC가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 그리고 만약 전북의 출전이 결정될 경우 울산의 손해배상 청구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복수의 K리그 구단 관계자들은 "타 구단 일인데 뜻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CAS가 전북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전했다. 그 중에서도 4개 구단은 "전북의 CAS 승소 여부를 떠나 이렇게 ACL 일정을 짠 AFC에 문제가 있다. 때문에 CAS의 결과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ACL 출전은 모든 K리그 소속팀들의 목표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의 최강자와 실력을 겨루고 우승컵을 거머쥐는 것만큼 영예로운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K리그 클래식 소속 구단들이 이번 전북의 CAS 항소와 결정에 유독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CAS의 결정, AFC의 선택 바라보는 4개 구단 속마음 K리그 클래식의 각 구단은 전북의 CAS 항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예측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과거 ACL 내에서 이 같은 사례가 없어서 예상하기 힘들 뿐더러 같은 리그에서 뛰는 팀과 관련한 사안에 선뜻 속내를 밝히기가 어려운 듯했다.
A구단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CAS가 전북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CAS가 어느 편을 들어줄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C구단 관계자 또한 "국내 법원에서 구단이 아닌 스카우트 개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사안이다. 전북이 주장하는 이중징계도 액면 그대로 보면 맞는 말이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CAS가 이를 있는 그대로 해석할지는 모르겠다. 스카우트 개인에게 유죄 판결이 났지만, 구단도 제대로 관리를 못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C구단 관계자는 어느 한쪽의 극단적인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반면 B구단은 전북이 CAS 항소에서 패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B구단 관계자는 "AFC는 아시아지역 축구를 관할하는 국제적인 기구다. 국내 법원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전북에 내린 징계는 K리그와 관련한 '국내용'이었다면 AFC의 중계는 K리그 밖의 '국제용' 징계 처분이다. 따라서 이중징계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때문에 "CAS 역시 이중징계를 주장하는 전북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D구단은 전북의 승소에 표를 던졌다. 이 관계자는 "어찌됐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상벌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은 건 사실이다. CAS가 볼 때는 이중징계라고 볼 여지가 있다. CAS가 하필 플레이오프(7일) 개최 나흘 전인 '3일 발표'라는 날짜를 못 박은 점도 결국 전북의 출전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럽게 이유를 전했다.
다만 각 구단은 CAS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AFC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데에 큰 틀에서 동의하고 있었다. CAS의 권위가 있고, AFC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긴 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정을 뒤집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B구단 관계자는 "이미 A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울산에 이미 ACL 일정과 준비 요건을 적시한 공문을 보내지 않았나. CAS가 전북에 출전권을 다시 주라고 판결해도 무조건 따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C와 D구단 관계자 역시 "AFC도 지금 전북을 ACL에 출전시키고 울산을 제외할 경우 다시 일정을 짜야 하고 여러 일이 복잡해진다"면서 AFC가 CAS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울산의 손해배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울산은 아직 손해배상에 대한 기준이나 입장을 세운바 없다. 그러나 ACL 출전 실패 등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구단 내부적인 의견을 모아 AFC 측에 배상 등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울산의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유무형의 손해가 무척 크다. 시즌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졌다. 출전에 실패하는 상황이 온다면 손해 배상 청구 등에 대한 내부적인 검토는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울산은 오는 10일까지 예정됐던 스페인 전지훈련 일정을 대폭 축소해 지난달 28일 조기 귀국했다. ACL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조기귀국에 따른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시즌 준비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다는 정신적인 피해까지 동시에 입게 된다.
4개 구단 관계자들은 전북이 ACL 출전권을 되찾고 울산이 4번 시드를 내려놓게 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손해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AFC 수준의 기구라면 전북이 CAS에 항소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짰어야 한다는 것이다.
A구단 관계자는 "만약 울산이 탈락할 경우 이는 전북이나 CAS의 문제를 떠나 전적으로 AFC의 잘못이다"고 못박으며 "울산은 AFC에 민사적인 소송을 걸어 합당한 배상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D구단 역시 "AFC에도 손해 배상에 대한 나름대로 규정이 있을 것이다. 그 절차에 따라 받아야 한다"고 뜻을 함께 했다.
B와 C구단 관계자는 손해배상을 받돼 최소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B구단 관계자는 "AFC가 호텔과 항공료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만 보상을 해줄 것 같다"고 답했고, C팀 관계자는 "울산이 (스페인 전지훈련 조기 귀국에 따른) 별도의 비용 발생 영수증 등의 첨부가 이뤄질 경우 이 부분에서 배상이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