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연봉 협상은 합리적이었다. 이대호(35·롯데)의 영입으로 그 어느 해보다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 선수단에 사기가 떨어질 요인은 적었다.
롯데는 지난달 31일 연봉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진통을 겪던 몇몇 투수로 인해 일괄 발표가 미뤄졌지만, 계약 승인 신청 마감일 전에 오프시즌 마지막 현안을 해결했다.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에서 마쳤다는 평가다. 칼바람이라면 칼바람, 훈풍이라면 훈풍이었다. 지난해 팀 기여도가 그대로 반영됐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지난달 "예년에 비해서는 부진했던 팀 성적이 연봉 책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활약을 한 선수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결과가 그랬다. 지난해 롯데에서 전년 대비 활약한 선수는 손에 꼽힌다. 그중 강민호(32)와 황재균(30)은 이미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했거나 자격을 얻은 선수다.
고액 연봉자는 손아섭(29)이 유일했다. 롯데는 가장 난제였던 그와의 협상에서 인상율 8.3%, 액수 5000만원 인상을 안겼다. 6억 5000만원. 롯데 출신 비FA 선수 최고 연봉을 다시 세웠다. 이전엔 2011년 이대호가 받은 6억 3000만원이 최고액이었다. 롯데는 이날 그동안 언론 매체에 밝히지 않았던 이대호의 계약 내용(연봉 25억원, 계약금+옵션 50억원)을 발표하며 두 선수 모두 자존심을 세워줬다.
연봉이 인상된 다른 선수들은 모두 2016년 연봉이 1억 미만이었다. 최고 인상율(130,8%)을 기록한 이정민(38)은 65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을 받게 됐다. 그는 지난해 롯데 불펜에서 가장 안정감이 있는 투수였다. 주전 좌익수로 올라선 김문호(30)와 풀타임 선발을 치른 박세웅(22)도 억대 연봉자가 됐다. 잠재력을 드러낸 내야수 김상호(28)투수 박진형(23)도 100%가 넘는 인상율을 기록했다. 패전 처리부터 선발 등판까지 굳은 일을 해내 투수 박시영(27)과 8월까지 홀로 유격수 자리를 지킨 문규현34)도 적지 않은 인상으로 보상받았다.
하지만 이름값이 있는 선수 대부분 칼바람을 맞았다. 24경기 등판에 그친 베테랑 불펜 투수 정대현은 무려 2억이 삭감된 1억 2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9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좌완 불펜 투수 이명우도 4000만원 깎인 1억 1000만원을 받게 됐다. 선발 공백을 메웠지만, 10패(3승)·평균자책점 6.35를 받은 노경은도 4000만원이 깎였다. 야수진에선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처음으로 꺾여버린 주전 2루수 정훈이 6000만원, 이제는 백업 1루수도 장담할 수 없는 박종윤은 6900만원이 깎였다.
양 측이 모두 만족하는 협상이 어딨을까. 삭감된 선수 입장에선 마음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성적과 팀 기여도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억지가 있어 보이는 계약은 찾기 힘들었다. 다음 시즌 연봉 협상에서도 귀감이 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해 FA 계약을 한 투수, 손승락과 윤길현 그리고 송승준은 연봉 협상 대상자가 아니었다. 이들이 포함됐다면 이번 연봉 협상은 '칼바람'으로 귀결됐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