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의 두 '호랑이'가 펼친 '두목' 대결은 신인 이종현(23·울산 모비스)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모비스는 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홈경기에서 73-6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19승18패가 된 모비스는 인천 전자랜드(18승18패)를 6위로 밀어내고 단독 5위에 올랐다. 또 4위 원주 동부(20승16패)를 1.5경기 차이로 추격하면서 4위 진입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이승현(25·오리온)과 이종현의 맞대결이었다.
이승현과 이종현은 선후배 사이로 대학 무대에서 고려대의 전성 시대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먼저 KBL에 데뷔한 '원조 두목 호랑이' 이승현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하며 "KBL의 두목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데뷔 2시즌만에 오리온을 챔피언의 자리로 이끌었다. 대학 시절에 이어 프로 무대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존재감을 떨친 이승현은 국가대표와 소속팀을 오가며 자신의 선언대로 'KBL의 두목'이 됐다.
이승현의 2년 후배 이종현은 그가 졸업한 뒤 고려대의 '두목 호랑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최준용(서울 SK)과 강상재(이상 23·인천 전자랜드) 등 쟁쟁한 친구들 사이에서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이종현은 당당히 "두목(이승현)을 잡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그러나 피로골절 부상으로 인해 이종현의 데뷔전이 늦춰지고, 그 사이 이승현도 부상을 당하면서 두 선수의 맞대결은 계속 뒤로 미뤄졌다. 결국 해를 넘겨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야 겨우 성사됐다.
첫 맞대결은 후배 이종현의 판정승이었다. 이종현은 이날 34분37초를 뛰면서 7득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에 5개의 블록슛을 잡아내며 골밑을 지켰다. 반면 이승현은 32분10초간 5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에 그쳤다. 이승현이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몸상태가 100% 아닌 것도 맞대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분명한 건 이종현의 활약이 눈부셨다는 점이다. 이종현은 고비 때마다 위력적인 블록슛으로 오리온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골밑을 지키고 선 이종현 앞에서 애런 헤인즈(36)와 오데리언 바셋(31) 두 외국인 선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 외곽슛까지 난조를 보인 오리온은 활로를 찾지 못했고 결국 패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후배 앞에서 자존심을 구긴 이승현은 오는 3월 17일 이종현을 고양 홈으로 불러들여 설욕을 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