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리얼 '국가대표 3남매' 김경은(19·서울체고)-김남진(21)-윤기찬(23·이상 한국체육대)이 생애 첫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프리스타일 스키 세부 종목 중 하나인 에어리얼은 도약대를 타고 날아오른 뒤 공중제비와 몸 비틀기, 착지 등의 동작으로 ‘공중 기량’을 겨루는 종목이다.
에어리얼에는 한국 선수가 통틀어 3명뿐이다. 국내에서는 워낙 생소한 종목인 데다 훈련 강도가 높아 지원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팀 역사도 1년4개월로 짧다. 한국 에어리얼 대표팀이 처음 꾸려진 건 2015년 10월이다.
9일 강원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만난 '에어리얼 3인방'은 "주말을 포기한 지 오래됐다. 덕분에 기량도 짧은 시간에 많이 올랐다"며 웃었다.
에어리얼 대표팀은 '공포의 외인부대'를 연상케 한다. 이들은 에어리얼을 시작하기 전까지 모두 다른 종목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대표팀 창단 멤버 김남진은 장래가 촉망되는 기계체조선수였다. 중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체조 국가대표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 꿈을 꿨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올림픽의 꿈은 멀어졌다. 이런 그에게 에어리얼 대표팀 창단 소식은 한줄기 희망이었다. 에어리얼이 기계체조의 도마 종목과 유사한 데다 선수층이 얇아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종목을 바꿨다.
김남진은 "체조선수로는 미래가 없었기에 '도' 아니면 '모'라는 생각으로 도박을 걸었다"고 털어놨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창단 멤버 4명 중 3명이 몇 달 버티지 못하고 대표팀을 떠났지만 김남진만은 남았다. 그는 "체조선수 시절에는 부상을 달고 살았지만 에어리얼은 보기와 달리 훨씬 덜 위험하다. 게다가 공중에서 돌 때는 체조할 때 느낌이 되살아나 어색하지 않다"며 미소를 보였다.
윤기찬과 김경은은 지난해 8월 김남진이 홀로 남은 에어리얼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다.
이들도 부상 탓에 어린 시절부터 해 온 종목을 떠났다. 윤기찬은 프리스타일 스키 세부 종목 중 하나인 모굴 대표 출신이다. 모굴선수 시절 세계선수권을 비롯해 주요 국제 대회 출전했던 그는 2011년 부상으로 1년을 쉬면서 대표팀에서 밀렸다. 윤기찬은 "너무 오래 쉬다 보니 기존 선수들과 격차가 심하게 벌어져 다시 대표팀 복귀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에어리얼 여성부 대표 김경은은 중3 때인 2013년 KBS배 체조 대회에서 평균대 2위에 오른 유망주 출신이다. 그러나 그 역시 고교 진학 뒤 큰 허리 부상을 입으며 사실상 재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
이런 그들에게 에어리얼은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윤기찬은 "이를 악물고 에어리얼에 매달리고 있다. 평창 대회까지 남은 1년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경은 역시 "체조에서 이루지 못한 올림픽의 꿈을 평창에서 이루겠다"고 밝혔다.
한국 에어리얼 수준은 세계 정상급에는 아직 못 미친다. 그래도 김남진과 윤기찬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겨울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해 각각 7위와 11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고, 김경도 지난해 12월 FIS 레이스에서 6위에 올랐다.
이들은 10일 강원도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의 스노경기장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에 출전해 '평창 모의고사'를 치른다.
김남진-김경은-윤기찬은 부담보다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이들은 "차근차근 준비하며 평창을 준비할래요. 저희가 가는 길이 역사가 되는 거잖아요"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