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함께 국내 양대 포털 사업자인 카카오의 작년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네이버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매년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 하고 있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청한 동의의결에 따라 시장 지배적 상황을 개선하기로 했지만 오히려 네이버의 시장독점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영업이익 10배 차이
다음과 합병한 이후 부진하던 카카오가 작년 한 해 장사를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2016년 연간 매출이 1조4642억원, 영업이익 116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7%, 31% 증가한 것이다. 더구나 창사 이후 처음으로 1조원대에 진입했다.
카카오는 게임·뮤직 등 콘텐트 플랫폼 매출이 2015년보다 156.5% 성장한 7018억7900만원을 기록, 1조원대 매출을 견인했다. 특히 멜론 인수 효과가 나타나며 2015년과 비교해 뮤직 콘텐트 플랫폼에서 연간 1036억원의 매출 상승 효과가 있었다.
카카오의 이 같은 호실적에도 네이버와 격차는 크기만 하다.
특히 네이버(1조1020억원)와 카카오(1161억원)의 2016년 영업이익 차이는 9.4배가량으로, 거의 10배에 육박한다. 이는 2015년 8.6배에서 더 벌어진 것이다. 순이익도 2015년 6.6배 차이에서 2016년에는 11.4배가량으로 더욱 크게 벌어졌다.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직후인 2014년 4분기만 하더라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0.1% 포인트로 크지 않았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진 데는 극과 극인 광고 매출이 한몫했다.
네이버는 PC와 함께 모바일 광고도 증가하며 연 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6년 4분기 광고 매출은 8219억원으로 2015년 4분기 6469억원보다 27.1%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 광고 매출 비중은 56%에 이른다. 작년 연간 광고 매출은 2015년보다 27.8% 증가한 2조9670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카카오가 PC와 모바일을 합친 작년 연간 광고 매출은 2015년보다 11.1% 감소한 5339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와 비교하면 5.6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네이버 상생 3년… 독식 오히려 강화
이번 실적에서 보듯 네이버의 포털 시장독점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나마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가 쫓아가기 버거운 상황이다. 2014년 네이버가 시장독점 현상을 개선하고 상생을 위해 공정위에 신청한 동의의결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은 없는 셈이다.
공정위는 2013년 초 골목 상권 침해와 부당 경쟁 등 네이버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를 착수,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중소 상인과 소비자 피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준비했다. 이럴 경우 어마어마한 과징금이 예상됐는데, 네이버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 제도란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일으킨 사업자가 스스로 재발 방지 대책을 제안하고 피해 보상 등 시정 방안을 제안할 경우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등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네이버는 시장독점적 사업자로서 제재를 받는 것보다는 3년간 총 1000억원 규모의 상생 사업을 자발적으로 추진한다는 동의의결안을 냈고 공정위는 2014년 3월 이를 최종 수용했다. 그러나 포털 시장에서 바뀐 것은 없다.
네이버는 여전히 국내 포털 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고, 새로운 시장인 모바일 검색 점유율도 80%에 이른다. 또 작년 광고 매출은 전국 3000개가 넘는 언론사의 총 광고 매출 1조5000억원의 2배가량을 차지했다.
또 동의의결에 따라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중소상공인희망재단도 기금 출연이 진행되지 않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에 네이버의 시장독점을 규제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출입 기자들과 만나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리는 포털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안을 연구하겠다”며 “규제가 아예 없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만큼 구체적으로 규제안을 연구해서 차기 방통위에 의견을 넘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