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와 정준하의 일탈기가 유쾌한 웃음을 전해줬다. 일상에서 벗어나 무계획으로 20년지기 절친이 여행을 떠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냈다. 권상우의 재발견이라는 의견과 함께 파일럿으로만 보기엔 아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11일 종영한 MBC '가출선언-사십춘기'는 그간 리얼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권상우의 민낯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무한도전'으로 단련된 베테랑 예능인 정준하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더욱 발휘했다. 20년지기 절친들의 모임이 친근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다가오면서 진솔한 일탈을 그려냈다. '사십춘기' 최민근 PD는 "100% 리얼이었다. 권상우와 정준하의 결정하에 움직여 첫날부터 안절부절못했다"고 전했다.
-3부작 시리즈를 마쳤다.
"내 인생 영화가 '말죽거리 잔혹사'다. 개인적으로 권상우를 좋아했다. 그 배경에 있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했고. 김영진 CP가 이 기획안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준비 기간 없이 2주 전에 한 번 만나서 찍게 됐다. 권상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권상우의 진짜를 보여줄 수 있다면 시청자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끝나고 나니 좀 아쉽기도 하고 권상우의 모습을 시청자들도 알아준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원섭섭하다."
-'사십춘기'라는 제목이 권상우 입에서 나온 것이 맞나.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예능이었다. 애초 정준하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던 프로젝트다. 촬영 첫 회 때 말했듯이 권상우가 참여한 건 정준하가 있기 때문이었다. 본인의 모습이 잘 나올 수 있었던 것 역시 정준하 덕분이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날 얘기하다가 나온 게 '사춘기처럼 노는 사십대들의 모습'이라 '사십춘기'라고 표현했는데 거기서 영감을 받아 제목을 정했다. 권상우가 '사십춘기'를 언급할 때 인상적이었다. 3부작의 로고도 같이 가면서 왜 '사십춘기'였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사십춘기'가 그토록 인상 깊었던 이유는.
"보통 예능은 보여주고 시작하지 않나. 그래야 시청자들이 빨리 따라와 주는데 이번엔 시간이 갈수록 보여지는 모습들이 많아지고 나중 회차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일탈이었다. 그들 안에서 정리가 되니까 사십춘기가 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리얼이었나.
"어디로 갈지 몰라 첫날부터 안절부절못했다. 어디를 간다고 정해지면 비행기 표를 그때 같이 끊어야 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간다고 했을 때) 제작진도 급하게 인원을 정리해서 최소한으로 갔다. 다 리얼이었다. 제작진이 먼저 답사라도 갔으면 좀 더 볼거리가 많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그랬으면 진짜를 담지 못했을지 모른다. 권상우 자체가 예능에 익숙지 않고 '진짜가 아니니 못 하겠다'고 하는 스타일이었기에 처음부터 다 포기했다. 정준하가 많이 도와줬다. 권상우 곁에서 편하게 해줬다. 섭외부터 편안한 분위기 형성까지 정준하의 노력이 컸다. 정준하 기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이 컸다"면서 "연출한 입장에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떠났다. 불안하지만 재밌을 수 있는 뜻밖의 상황들이 펼쳐졌다. 모험적이었다."
-권상우의 재발견이었다는 반응이다.
"사실 처음부터 만들면서 권상우를 잘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사람의 진솔함과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를 둘러싼 악플도 다 오해였다. 하지만 예능에 잘 나오지 않다 보니 얘기할 기회가 흔치 않았다. 내가 느꼈던 권상우를 그대로 보여주면 시청자가 좋아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 권상우와 정준하는 20년 가까이 된 사이다. 다른 게스트를 끼워 넣는 것보다는 진짜를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오로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골곰탕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무한도전' 시간대에 편성이 됐다.
"설 특집 심야 시간대를 생각하고 간 거였는데 '무한도전' 시간대에 편성이 됐다. 각오하고 들어갔다. '무한도전' 팬들한테는 굉장히 잔잔하고 소소한 느낌의 예능이었을 것이다. 김태호 선배와 농담으로 얘기한 건데 그때 당시가 '정준하 대상프로젝트'를 할 때였다. 분량이 넘쳐 고민 중이었는데 태호 선배가 '무한도전' 시간대에 들어가는 거 어떻겠냐고 해서 윗분들한테 얘기했다가 실제로 그렇게 됐다. 처음엔 재밌겠다 싶었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 걱정이 밀려왔다. 시청률은 좀 아쉽지만 '권상우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조금이나마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일 먼저 아까웠던 건 숙소에서 술 마시면서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분량도 분량이고 음주 장면은 '무한도전' 시간대에 방송되기 어려웠다. 아내인 손태영, 니모와의 연애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 모습을 담지 못해 아쉽다. 또 술에 취한 권상우가 정말 귀엽더라. 장난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재밌는데 그 모습을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
-회를 거듭할수록 권상우가 편안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풀어지면서 점점 재밌어지는 느낌이었다. 권상우가 이런 예능이 처음이라 초반엔 어색함을 표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본인의 진짜 모습을 보여줬다. 그게 마지막 3부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진솔하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얼음낚시 부분이 제일 재밌었다. 권상우가 정말 장난꾸러기 같았고 정준하랑 실제 놀 때 '이렇게 노는구나!' 싶었다. 마지막에 루스키섬에서 자기 얘기를 많이 했다. 거기서 가족과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1시간 정도 했다. 룩희, 로하랑 같이 오고 싶다고 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4명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을 만들고 싶다. 이후엔 아내랑 함께 오는 가족여행기도 재밌을 것 같다."
-로하의 내레이션은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로하를 우연히 정준하의 휴대전화에서 봤는데 너무 귀엽더라. 그리고 끼가 있었다. 올해 5살이 됐는데 너무 귀여워서 부탁했다. 시간대가 가족 시간대가 아닌가. 그래서 귀엽게 시작하고 로하의 내레이션을 요청했다. 너무 잘했다."
-확장성에 대한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십춘기'는 권상우 중심의 예능이었지만 확장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곤 한다. 정규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권상우 안에서 이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십춘기'란 얘기 자체가 너무 좋았다. 나잇대별로 사춘기 같은 시절이 온다고 하더라. 오십춘기도, 육십춘기도 있을 수 있다. 40대는 인생의 중간지점에서 느끼는 부분들이 있다. 전환되는 느낌을 담고 싶었다. 현재 함께 하고픈, 관심을 보이는 몇몇 분들이 있다. 다양한 세대로, 성별로 확장해 시청자들과 교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