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햄 제네럴매니저(GM=단장)인 요시무라 히로시의 질문이다. 니혼햄 소속인 일본 국가대표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가 부상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부가 불투명할 때였다.
오른발목 부상으로 등판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대표팀에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요시무라 GM이 '총대'를 메고 공개 질의했다. 단장이 전면에 나서는 일이 거의 없는 KBO 리그와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요시무라 GM은 스포츠 신문 기자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유학, 일본야구기구(NPB) 사무국 직원, 미국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단장 보좌역을 거쳤다. 일본에 돌아와서 한신 타이거스 프런트로 일했고, 2005년부터 니혼햄에서 재직 중이다. GM은 2012년부터 맡고 있다. 그가 내걸고 있는 모토는 ‘선수 공급 사이클의 확립’이다.
메이저리그 유학 시절부터 연구한 '베이스볼오퍼레이션시스템(BOS)'을 적용했다. 다르빗슈와 오타니의 다음 해 연봉은 얼마일지, 드래프트에서 어떤 포지션을 지명해야 하는지, 선수의 ‘완숙’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등이 주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요시무라 GM 체제에서 니혼햄 구단의 예산 초과는 없었다고 한다. 감독 선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을 영입할 때는 “팀은 준비돼 있습니다. 감독님은 야구를 사랑하고 있지요?”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구리야마 감독도 “언제나 아름다운 의견을 들을 수 있는 GM”이라며 “요시무라는 천재”라고 했다. 훌륭한 조력자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감독과 GM이 늘 좋은 관계인 것은 아니다. GM이라는 직함 자체가 1994년 지바 롯데가 '관리 야구의 창시자'로 불리는 히로오카 다쓰로를 GM으로 임명한 게 최초다. 현재 GM을 두고 있는 구단은 니혼햄, 요코하마, 요미우리 세 개 구단이다. 지난해 9월까지는 주니치와 한신까지 5개 구단이었다. 여기에서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감독과 GM 사이가 원만하지마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니치는 1월 말 오치아이 히로미쓰 GM이 사퇴한 뒤 공석 상태다. 오치아이는 2013년 취임 직후부터 대폭적인 감봉과 노장 선수 은퇴를 종용했다. 오치아이 재임 4년간 옷을 벗은 선수만 20명 가까이 된다. 이 가운데는 야마모토 마사,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와다 가즈히로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드래프트에서는 즉시 전력감을 데려온다는 명목으로 대학, 사회인 야구, 독립리그 출신 등을 대거 데려왔다.
하지만 4년 동안 가을 야구는 없었고, 2016년엔 19년 만에 센트럴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홈구장 나고야돔에는 ‘오치아이 나가라’라는 플래카드가 걸리기도 했다. 감독들은 존재감 없이 갈려 나갔고, 작년 가을에는 다니시게 모토노부 감독이 휴양을 신청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실제 감독 권한도 많지 않았다는 설도 돌았다. 이후 일본 야구계에선 'GM 불필요론'이 떠오르고 있다.
주니치는 오치아이의 퇴임 이후 GM을 두지 않고 신임 모리 시게카즈 감독에게 힘을 실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리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선수단 내부에서 대체전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전혀 돼 있지 않다”며 전임 GM을 비판하기도 했다.
친분이 있는 일본 야구 기자를 통해 주니치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봤다. 그는 “일본 구단은 아무래도 모기업의 눈치를 보며 팀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점은 KBO 리그 구단도 비슷하다. 그는 “GM은 대단한 배짱과 담력이 있어야 한다. 오치아이는 이 점에서 아쉬웠다”며 씁쓸하게 '실패'를 인정했다.
한신 역시 지난해 9월 나카무라 가츠히로 GM이 급사하자, 후임을 임명하지 않았다. 주니치와 마찬가지로 가네모토 도모아키 감독에게 힘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신 구단 내부에서도 GM의 필요성과 불필요성에 대해 깊은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GM 찬성론자들은 감독의 영향력이 커지면 지금 당장 이길 수 있는 전력 영입에만 집중하게 돼 5년, 10년 뒤를 바라보는 팀 만들기가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또 GM이 선수단과 모기업의 중간에서 현재 성적과 미래 전력 구축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꼽았다고 한다. 그러나 GM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다소 추상적이라 큰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고.
니혼햄 요시무라 외에 현재 일본 프로야구의 GM은 요미우리의 쓰쓰미 다츠요시, 요코하마의 다카다 시게루 등 3명이다. 쓰쓰미 GM은 2015년 시즌 도중인 5월 임명됐다. 당시 요미우리는 "조직 체제에서 권한을 명확히 하고, 편성 업무(선수단 구성) 강화를 도모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전임자인 하라자와 도루 GM이 편성 업무에 문외한이고, 업무가 너무 많아 업무 경감서를 신청한 상태였다고 한다.
쓰쓰미 GM은 게이오대학 야구부 주장 출신으로, 요미우리신문 본사 기자, 요미우리 구단 대표부 임원 경력까지 더해 GM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당시 도쿄스포츠에서는 ”모기업이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하기 위한 개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 개혁의 칼이 쓰쓰미 GM이었다는 것. 쓰쓰미 GM은 ”내가 비시즌에 팀을 만들어 감독에게 선물하는 것“이라며 GM과 감독의 역할에 대해 ''활동 시기가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 성적부진으로 사퇴한 주니치 드래곤즈의 오치하이 히로미쓰 전 단장. 오치아이 전 단장 이후 `GM 불필요론`이 떠오르고 있다.
다카다 GM은 니혼햄에서 요시무라 GM과 함께 일했던 사이다. 그는 감독과 GM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예를 들어 손수 기른 선수가 포스팅으로 해외 이적을 하면 좋다. 입찰금이 짭짤하니까.” 구단의 선수 장사도 '비즈니스'라는 전제를 하고 있다. 이어 “그런데 그 이전에 예측해서 미리 구멍을 막고, 육성하는 것, 그것이 GM의 일”이라고 했다.
다카다 GM은 과거 니혼햄에서 트레이 힐먼 감독 영입, 다르빗슈 유 포스팅 진출 등을 주도했다. 전반적인 GM 업무를 잘 꿰고 있다는 평가다. 요코하마에서도 알렉스 라미레스 감독을 영입하며 처음으로 가을 야구를 했다. 그는 라미레스 감독에 대해 “야구인들로부터 필요한 게 있다. '야성적인 감'이다. (나는) 그건 가질 수 없었다”며 현장 선수 기용의 전권은 감독이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프로야구 조직에서 GM은 아직 낯선 업무다. GM의 업무가 편성부장, 구단 회장이나 부회장 등이 맡고 있는 구단도 많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모기업의 의존도가 큰 구단 운영에서 나온 조직 체계다. KBO 리그는 모든 구단이 단장을 두고 있지만 모기업 의존이라는 면에선 일본과 비슷하다.
현재 일본 프로야구에서 GM은 '무용론'이라는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요미우리에 대해선 모기업 입김이 센 '어용 GM'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GM 제도가 긴 프로야구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이유는 결국 전통적인 '모기업에 의존하는 프로야구단'이라는 개념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GM을 운영하는 니혼햄과 요코하마 구단은 모기업으로부터 ‘독립채산제’와 ‘자력 갱생’이라는 테마를 가까운 미래에 이뤄야 한다는 미션을 받았다. 구단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기업에서 보낸 어사보다는 전문 경영인에 가까운 야구인이 필요했다. 결국 모기업의 스탠스에 따라 크게 방향성이 다져진다.
GM으로 ‘어사’를 보낼지, ‘선장’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모기업이다. 요코하마가 다카다 GM을 임명할 때 기자회견에서 돌발적인 질문이 나왔다.
“사측은 무슨 생각으로 이 사람을 데려왔습니까?”
하루타 마코토 DeNA그룹 이사 겸 야구단 구단주의 답변은 간결했다. “팀이 스스로 살아가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