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들어 고초를 겪은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여전히 업계를 독과점하는 거대 공룡이란 비판을 듣고 있는데다, 현 정부로부터 적지않은 수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자인척 하는 공범'이라는 비판은 그래서 당연하다.
이 뿐 아니다. CJ E&M이 최근 내놓는 콘텐트는 소극적이다. 정치 관련 콘텐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여전히 이른바 '애국 보수' 영화를 투자 배급한다. 청와대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았다는 CJ E&M 이미경 부회장은 업계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진짜 피해자일까
청와대가 CJ E&M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직접 요구했다는 보도가 이어진 후 대중들은 CJ를 국정 농단 사태의 피해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CJ 손경식 회장이 청문회장에서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을 적극적으로 증언하며 'CJ=피해자'라는 분위기는 굳어져갔다.
정말 그런가. CJ는 차은택 전(前)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주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수 조원을 투자했다. 고양시에 들어설 K-컬쳐밸리 사업 또한 그 일환. 2017년까지 1조 4000억원을 들여 축구장 46개 크기의 땅에 한류를 주제로 한 복합 문화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CJ가 해당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도의 사업자 공모 조항과 당시 CJ의 조건은 잘 들어맞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당시 의혹이 불거지자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차은택 전 본부장과 손경식 회장을 만난 날, K-컬처밸리 사업자로 CJ가 결정됐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CJ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게다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중심은 여전히 CJ E&M 내부에 있다.문화창조융합센터가 서울 상암동 1606 CJ E&M 본사에 남아있다. 김지영 CJ E&M 방송홍보팀 팀장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센터다. CJ E&M과는 관련없다"고 선을 그었다.
눈치보는 TV, 시대 역행하는 영화
본질인 콘텐트로 시선을 돌려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눈에 띈다. 사태 이후 지상파·종편 채널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CJ E&M은 오히려 더 소극적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가 포켓몬고 게임에 빗대어 "청와대에 큰 게 하나 있는데 엄청 안 잡힌다"고 풍자한다. SBS는 대선 예비 후보들을 섭외해 '대선주자 국민면접'을 제작 중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정치 예능프로그램에 뛰어들고 있지만, tvN을 비롯한 CJ E&M의 케이블 채널들은 단 한 편의 정치 예능도 편성하지 않았다.
'여의도 텔레토비'로 잘 알려진 'SNL 코리아'가 주춤한 이후 정치 관련 콘텐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지영 방송홍보팀 팀장은 "'SNL 코리아' 경우 미국 원작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맞춰 잠시 시도한 것일 뿐이다. 오락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을 내렸고 코너를 중단했다"며 "향후 정치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 없다. 보도 채널이 없는데다 종합 오락 채널로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기본 방침이다"고 해명했다.
영화 사업 부문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NEW가 '더 킹'으로 권력의 추악한 이면을 꼬집고 쇼박스는 '택시운전사'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다. 동시대에 영화를 투자하고 배급하는 CJ E&M은 '인천상륙작전'과 '국제시장' 등 애국 보수 영화를 스크린에 올렸다. '인천상륙작전'을 만든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6.25 전쟁을 다루는 '장사리 전투'도 CJ E&M이 투자·배급을 검토 중이다.
이미경 부회장 숨기고 '파티투나잇'
CJ E&M은 이미경 부회장의 거취만 물어보면 모두 입을 다문다. 한국에 없다고 했지만 해외 어디에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런 이미경 부회장을 볼 수 있었던 건 지난해 12월 홍콩이었다. 주력 행사인 2016 'MAMA' 현장에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면 행사장이 아닌 홍콩 모처. 이병헌·한효주 등과 파티를 즐긴 듯 화려한 곳에서 찍힌 사진으로 홍콩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진은 웨이보 계정에 올라왔고 국내에서 근황으로 보도가 된 후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다.
현장에 있던 사람의 전언으로는 이미경 부회장 주최의 자리는 그야말로 초호화 파티였다. 이병헌·한효주·이지아·추자현·한지민·퀸시 존스·하지원·박기웅 등과 '인천상륙작전' 이재한 감독이 있었다. 수백만원에 육박하는 와인이 깔렸고 고가 음식이 풀 코스로 제공됐다. 많은 돈을 들였다 해도 CJ 돈으로 하는 파티니 뭐라 할 순 없다. 다만 그 시각 'MAMA'의 주인공인 가수들은 밤낮없이 리허설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잠 잘 시간 쪼개며 리허설하고 공들일 사이 몇몇 배우들과 이미경 부회장은 행사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