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목표를 이룬 이대호(35·롯데)가 대의를 위해 전진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 '대들보'가 합류한다.
이대호는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 중인 소속팀 롯데의 1차 스프링캠프지를 떠나 귀국했다. WBC 대표팀 훈련이 열리고 있는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16일 부산 자택에서 하루 휴식한 뒤 17일 오전, 김해 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이대호는 지난달 24일 국내 무대 복귀 소식을 전했다. 친정팀 롯데와 4년 150억원(계약금 50억원·연봉 25억원)에 계약했다. 다음 행보가 주목됐다.그는 WBC 대표팀 훈련 대신 소속팀 스프링캠프지로 떠났다. KBO는 미국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팀 소속 대표 선수들을 위해 괌에 미니캠프를 열었다. 롯데 소속 외야수 손아섭도 괌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6년 만에 복귀하는 팀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다"고 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양해했다. 22일까지 1차 캠프를 소화하고, 24일부터 열리는 대표팀의 국내 일정부터 합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이 변경됐다. 지난 7일 구단 훈련을 순회 중이던 이순철 대표팀 타격 코치가 러브콜을 보냈다. 정근우마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대표팀에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대호와 조원우 롯데 감독에게 부탁을 했고 수락을 얻어냈다. 이대호는 팀 후배 문규현에게 잠시 주장 완장을 맡기고 소속팀을 떠났다.
1차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 선수단은 '주장 이대호'를 반겼다. 이대호는 지난달 30일 열린 입단식에서 "과거엔 무서운 고참이었지만 이제는 작은 성과에도 칭찬하는 선배가 되겠다"고 했다. 캠프에서 오승택, 김상호 등 이대호와 함께 뛰어보지 못한 젊은 선수들을 독려하며 화기애애한 훈련 분위기를 조성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생겨난 패배 의식도 이대호의 합류로 자신감으로 바뀌고 있다. 조원우 감독은 이대호에게 "선수단 리더가 돼 주길 바란다"고 했다.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키나와로 향한다. 대표팀도 그가 필요하다. 주장은 김재호로 선임됐지만 정신적인 기둥은 여전히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는 이대호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그를 대표팀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일본 매체에서도 "선수단 결속을 이끄는 선수다"고 평가하고 있다.
1라운드가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WBC에서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부담이 크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대호의 조기 합류는 힘이 된다. 이대호는 지난달 3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은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기대가 힘이 될 때도 있지만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리그 경험을 통해 '즐기는 야구'에 공감했다. 국제 대회를 즐기는 미국, 일본 선수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결과에 대한 질타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격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대표팀에 합류하면 선수들 독려에 앞장설 생각이다. 그는 "동료들에게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그저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하겠다"고 했다. 이대호의 말에는 힘이 있다. 선수단에 필요한 건 긍정적인 기운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