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의 제구력은 여전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송진우 투수 코치가 야수진의 라이브 배팅을 위해 마운드에 올라 전력 투구를 선보였다.
WBC 대표팀은 18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라이브 배팅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13일 오키니와 캠프가 시작된 이래 라이브 배팅은 처음이었다. 19일 오키나와 나하시에 위치한 셀룰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요미우리와 평가전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통상 라이브 배팅은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직접 공을 던진다. 그러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대표팀 투수진은 라이브 피칭이 불가능했다. 대신 KBO리그 통산 200승을 자랑하는 송진우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특유의 간결한 투구폼은 변하지 않았다. 공을 잡은 그의 왼팔은 마치 송골매가 날개를 쭉 피는 것처럼 뻗었다. 타자 입장에서 송진우 코치의 투구폼은 매우 까다롭다. 공을 잡은 왼손이 최대한 머리 뒤에 숨어있어서 타자가 공을 쉽게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대표팀 타자들은 송 코치의 공에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여기에 은퇴(2009년) 후 8년이 지났지만, 구위는 여전히 힘이 넘쳤다.
이대호(롯데)는 "코치님의 제구력은 여전하시다"라며 혀를 내둘렀고, 송 코치와 한솥밥을 먹은 바 있는 김태균(한화)은 "옛날 생각이 난다. 코치님 공은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 포수 양의지(두산)은 "공이 보이지 않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동열 투수 코치는 송진우 코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투수가 없을 때 송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되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라이브 투구를 마친 송진우 코치는 "80개 정도 던졌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힘들다"면서 "감독님께서 빠른 공을 던지라고 하셨는데, 나는 현역 시절에도 빠른 공은 던지지 않았다. 도움이 됐으려나 모르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투수 입장에서 지금 대표팀 타자들의 몸 상태는 좋아보인다"고 밝힌 송 코치는 "방망이가 매우 잘 나온다. 직전 대회 때와 비교하면 컨디션이 한결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대표팀 타자 가운데 최형우는 송진우 코치의 공을 받아쳐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투수의 자존심이 발동했을까. 송 코치는 "오늘 외야에 바람이 많이 분다"고 주장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그러나 이내 "타자들의 힘이 좋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