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뒤늦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몇몇 은행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곤혹을 치른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관련된 것이 없어 자유로웠다. 하지만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우리은행장 후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우리은행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사실 무근"이라고 적극 해명하는 등 의혹 진화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병우 인사 자료의 A씨, 이광구 행장 아냐"
20일 우리은행은 우 전 민정수석의 우리은행장 후보 인사청탁설을 적극 해명했다.
우리은행은 "현 행장인 이광구 행장과 관련이 없다"며 "일부 후보자가 비선라인으로 은행장이 되고자 인사청탁을 시도한 정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최근 우 전 민정수석이 근무하던 당시 민정수석실 인사자료를 확보했다. 해당 인사자료에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해 우리은행장 후보 A씨, KT&G 사장 후보 B씨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같은 인사명단이 민정수석실을 거쳐 최씨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최씨가 우리은행장 인사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그 대상으로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목되고 있다. 이 행장은 2014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올랐고,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강하게 부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사명단에 있다는 세 사람 중 특검에서 이철성 경찰청장 이름만 공개한 것을 보면 우리은행은 현 CEO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은행장 본인도 자신은 절대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또 이 행장이 처음 행장 자리에 오르기 전에 이미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인사 검증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자료가 작성됐다는 지난해 7월은 우리은행장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아있는 상황이었다"며 "이 행장이 처음 취임했던 당시인 지난 2014년 이미 청와대 검증을 받았는데 6개월이나 남은 상태에서 다시 민정수석실 검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민영화가 되기 전에는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이 51%로 국책은행처럼 운영됐다. 이 때문에 차기 은행장을 선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올린 후보자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예보 지분 29.7%를 7개 과점주주들에게 4~8%씩 팔면서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은행장 선출에 정부의 검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민영화가 된 이후 지난 1월 은행장을 선임할 때는 처음으로 정부 검증 절차 없이 인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안심하던 차에 '화들짝'
우리은행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타 은행과 달리 '최순실 게이트'라는 태풍에서 멀찌감치 비켜나 있었다.
이 덕분에 우리은행은 연루 은행들이 진땀을 빼고 있을 때 지난 2010년부터 숙원 사업이었던 민영화를 잡음없이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 행장은 지난 1월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질 논란 등과 같은 큰 장애물을 만나지 않고 민영화 성공의 공을 인정받아 무난히 연임됐다.
다만 이 행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출신의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출신이라는 점이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이 행장은 "서금회는 정치 단체도 아니고 인사에 명단도 없고 회비도 없는 조직이다. 단순한 친선모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적극 해명하며 정면 돌파했다.
우리은행은 이처럼 민영화와 신임 은행장 선출 등이 순조롭게 이뤄져 안심하고 있던 찰나에 최순실 인사개입설이 불거져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어 의혹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민영화를 성공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노력 중이던 시기를 고려했을 때 누군가가 비선라인으로 인사청탁을 한 행위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