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은 지난달 1월 뮤지컬 '데스노트'로 대극장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데스노트'는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대학생 라이토와 이에 맞서는 명탐정 엘(L)이 두뇌 싸움을 펼치는 내용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만화적 상상력을 무대 위에 펼쳐내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데스노트'에서 벤이 맡은 역할은 미사. 미사는 '데스노트'에서 라이토를 숭배하는 일본의 아이돌 가수다.
뮤지컬 팬들은 가수 출신 배우가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이 가수보다 풍부한 성량을 지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벤은 이런 선입견을 깼다. '쇼케이스'에서 음향사고로 한 번의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기반으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3주간의 공연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쇼케이스 때 욕을 많이 먹었다. 그래서 연습을 더 많이 했다. 넘버 '생명의 가치'는 십자가에 매달려서 해야 완성된다라는 걸 느꼈다. 팬들도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본 공연와서 보니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 다행이었다."
이하 일문 일답.
- 원캐스트였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했나.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연습 때 미리 아팠다. 그래서 인지 공연 때는 펄펄 날아다녔다. 체질인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원래 목을 풀면서 노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목도 아프지 않았다. 연습부터 본 공연까지 3개월 동안 온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공연이 딱 끝나자마자 급성 디스크가 왔고 주사를 꽂았다.(웃음)"
- 총 6곡을 불렀는데 애착가는 넘버는.
"십자가에 매달려서 부르는 '생명의 가치'가 가장 애착이 간다. 마지막 넘버이기도 하고, 많은 의미가 담겨진 노래다. 미사는 슬픔과 아픔이 있는 친구다. 한을 담은 넘버다. 대사에 이어 노래를 부르는데 미사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넘버다."
- 부를 때 몰입도가 어마어마하더라.
"사실 익숙해지기 전까지 몰입이 잘 안됐다. 발음과 노래를 어떻게 하느냐에 집중을 많이 했다. 근데 노래에 어느정도 익숙해지니 감정이 몰입됐다."
- 노래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을텐데.
"'데스노트'가 일본 뮤지컬이다보니 일본 정서가 묻어난다. 특히 미사는 일본 아이돌이라 더 그 정서가 많이 담겨있다. 무릎을 꿇고 귀여운 척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하면서 내 자아를 잃는 기분이었다.(웃음) '사랑할 각오' 원곡 넘버에는 랩이 있다. 초연 때엔 정선아 배우님이 랩을 뺐다. 근데 이번엔 연출님께서 랩을 넣길 원하셨다. 그래서 '해야죠'라고 답하고 연습했다. 그것도 즐겼다."
- 공연을 더하고 싶었겠다.
"진짜 이제 즐길만 하니까 끝났다. 아직도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끼리 장난삼아 김준수 오빠 대신 김재중 오빠를 데리고 지방 공연가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웃음) 그래도 엘 역은 준수오빠가 해야한다."
- 공연 후에 후유증은 없었나.
"공연이 끝난 상황을 꿈으로 꿨다.(웃음) 그리고 말을 해도 뮤지컬 톤이다. 게다가 톤도 많이 커졌다. 가끔 회사분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놀랄 때도 있다."
- 허리디스크가 생겼다고.
"너무 긴장한 탓이다. 큰 무대를 마쳤는데 몸이 성할 수 없다. 무대에 경사가 있었는데 힐을 신고 연기하다보니 급성 허리디크가 왔다.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 뮤지컬을 하고나니 성장한 게 느껴지나.
"얼마전에 KBS 2TV '불후의 명곡' 녹화를 했다. 무대 전엔 긴장했지만 무대에 올라가서 편안했다. 확실히 더 여유로움이 생겼다."
- 선배들이 많이 도와줬나.
"당연하다. 선배들은 커피를 마시다가 무대에 올라가도 완벽하게 대사를 하고 넘버를 부른다. 나는 그게 부족했다. 하지만 항상 힘을 복돋아 주셨다. 엄하고 무섭게 대했다면 이렇게 잘 해내진 못 했을 것 같다."
- 윤민수 대표는 공연을 보고 뭐라고 하던가.
"쇼케이스 때 속상해 하셨다. 첫공연 때 오셨는데 정말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처음엔 교류가 많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소한 감정도 표현해주신다. 노래에 대한 어려움 뿐만 아니라 체력적인 부분까지 챙겨주신다. 뮤지컬 선배님한테 조언도 구해서 알려주셨다. 항상 '너는 깡이 있어서 다 해낼 거다. 기죽지마'라고 말씀하신다. 감사하다."
- 힘이 되겠다.
"원래 가수를 꿈꾸지도 않았다. 그냥 입시에 매달려 있는 입시생이었다. 20살 고등학교 졸업식 때 계약했다. 나를 꾸준히 만들어 준 사람이 대표님이다. 대표님이 기억할진 모르겠지만, 술에 취해 '너는 무조건 내가 끝까지 데려갈거야. 안되도 데려갈거고 무조건 책임질거야'라는 말을 하셨다. 그 말 때문에 이렇게 충성을 다하고 있다. 시키면 다한다. 그래서 재계약을 했다.(웃음) 대표님은 나를 보면서 딸 키우는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