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37)의 대표작은 여전히 tvN '응답하라1994'다. 정우를 오랜 무명에서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자 '멜로'도 되는 배우임을 각인 시켰다.
하지만 비슷한 분위기로 선택한 영화 '쎄시봉(김현석 감독)'은 흥행에 참패했고, '히말라야(이석훈 감독)'는 사실 선배 황정민의 공이 더 크다. 때문에 '재심(김태윤 감독)은 오롯이 '배우 정우'의 매력을 다시 보여야 하는 작품으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재심'은 대중이 원하는 정우, 정우가 원하는 정우의 목표를 달성한 작품이다. 연기 호평에 상업적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변호사 캐릭터다.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던졌다. 중심·본질에 대해 생각했다. 변호사가 된 이유도 돈 잘 벌어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다. 속물 근성이 있다. 그래서 어렵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 폼나는 역할인데 폼나지 않게 연기했다.
"우리 영화는 사실 법정물은 아니다. 사건을 다루지만 법정 안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때문에 나도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직장인,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지인 분들 중에 실제 변호사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근데 똑같더라. 굳이 딱딱하게 말씀 하시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래서 편하게 접근했다."
- '변호사 느낌이 너무 안 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이제 너 변호사야. 그러니까 변해야돼'라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 유치했다. 내가, 캐릭터가 그렇게 변해 버리면 너무 쉽기도 하다. 현우(강하늘)를 향한 마음이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직업은 크게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감정의 진폭이 크다.
"현우와의 에피소드들이 쌓이면서 또 다른 내가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좌절이 반복되면서 문서 한 장 때문에 현우를 믿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는데 그것이 결국 '사람'이라 생각했다. 변호사도 사람이다. 냉철하고자 하지만 이리저리 흔들리고 때로는 휘둘릴 수도 있다. 그러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고. 느껴지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려 했다."
- 그래서 '사람냄새 난다'는 이야기도 많은 것 같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면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모습일 수 있지만 내포 돼 있는 것은 한 사람이, 상처가 있는 또 다른 한 사람을 올곧이 이해하고 믿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 생각한다. 상처를 주기도 하고 감싸 주기도 하는. 큰 줄기는 그렇다고 믿었다."
- 실제 변호사도 만났다고.
"아직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라 잘못하면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먼저 찾아뵙진 않았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더라. 특정 이야기 보다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했다. 딱딱한 분은 아니고 좀 풀어져 있는 느낌이랄까?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시는 분이셨다." - 힌트를 얻은 것이 있다면.
"실제 인물의 행동이나 말투, 버릇, 습관 자체 보다는 그 분이 그 때 당시 가졌던 감정을 내가 얼마만큼 공감 하느냐에 집중했다. '어떠셨어요?' '이랬어요'라고 단순하게 답을 듣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 지금 나에게는 이런 느낌으로 다가 오는구나. 이런 분위기로 말씀해 주고 계시는구나'라는 정확한 어떤 느낌을 받았다. 부담스럽지 않고 따뜻했다."
-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처음엔 실화인 것을 몰랐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아주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2000년대에도 이런 일이 진짜 일어날 수 있나?' 싶었다. 두렵더라. 무섭기도 하고. 바로 전화기를 들고 제작사와 감독님께 전화해 실화에 대해 물어봤다."
- 결코 가벼운 소재는 아니다.
"맞다. 소재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초반에는 오히려 유쾌하게 가고 싶었다. 제목 자체도 '재심' 아닌가.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관객들이 접근하기에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시더라.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편안한 상태에서 다가올 수 있게끔 만들어야 더 깊은 울림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