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37)의 대표작은 여전히 tvN '응답하라1994'다. 정우를 오랜 무명에서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자 '멜로'도 되는 배우임을 각인 시켰다.
하지만 비슷한 분위기로 선택한 영화 '쎄시봉(김현석 감독)'은 흥행에 참패했고, '히말라야(이석훈 감독)'는 사실 선배 황정민의 공이 더 크다. 때문에 '재심(김태윤 감독)은 오롯이 '배우 정우'의 매력을 다시 보여야 하는 작품으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재심'은 대중이 원하는 정우, 정우가 원하는 정우의 목표를 달성한 작품이다. 연기 호평에 상업적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 무명시절이 길었다.
"단역을 긴 시간 했을 때 쌓이는 감정이 있다. 긍정의 기운도 있고 부정의 기운도 있다. 예를 들면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해야 할까? 작은 것을 보게 되고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되는 일종의 '버릇'이라고 한다. 지혜가 있고 분석력이 있고 시야 자체가 넓은 분들은 비중을 떠나 전체를 해석하는데 난 그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후 조연으로 생활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고."
- 주연으로 걷고 있는 현재는 어떤가.
"쉬운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내 자신을 채워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봤을 때 비어있는 나를 보면 굉장히 힘들고 또 못나 보인다. 아직도 시야를 넓게 보지 못하고 연기를 할 때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결코 티내려 하지 않는다. 욕심은 나는데 '저 이런 욕심 있어요'라고 내비치고 싶지는 않다."
- 누구나 돋보이고 싶은 욕심은 있지 않나.
"맞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돋보이는 것과, 내가 돋보이면 안 되는 장면에서까지 돋보이고 싶어서 오버를 하는건 다르다. 돋보임을 목적으로 욕심 부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마음을 버리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웃음) 아마 연기 하시는 분들은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연기가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너무 막연했다. 연기가 하고 싶고 작품이 하고 싶은데 아는 루트가 없었다. 연극을 하려고 해도 어쨌든 극단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대학로에 한 명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어야 방식이라도 알텐데 전혀 몰랐다. 무작정 무대포로 아무 곳에나 들어가 '저 연극하고 싶습니다!'라고 할 용기도 없었다."
- 결국 찾은 길이 오디션이었나.
"들어보니 영화·드라마를 하려면 소속사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뭘 알겠나. 옛날에 영화 잡지 맨 뒤에 보면 오디션 공고가 작게 쓰여 있었다. 그걸 보고면서 시작했다. 그렇게 한 작품을 시작했고 좋게 봐 주셔서 다음 작품 그 다음 작품으로 이어 나갔다. 배역이 조금씩 커지면서 어느 새 내 직업이 됐고, 뒷걸음질 치거나 후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와 버렸다. 10년 이상 이 일을 했는데 다른 일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고."
- 빨리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적은 없다. 다만 어떤 직업이든 우여곡절은 있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그걸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내 꿈이라는 것. 더 큰 꿈을 키워 나가려고 버텨냈던 것 같다. 그게 꼭 '흥행 대박' '1000만 영화' '수상' 등은 아니지만 나만의 목표 의식을 가족 임했던 시간이다."
- 나를 지탱해 주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가족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족이라는 존재가 가장 크다. 영화 '바람' 역시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다."- 나이·결혼 등 인생의 큰 그래프에 따라 변화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가치관이 바뀐다. 배우로서 정우가 아닌, 그냥 사람 정우로서의 가치관은 결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 위주로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아빠가 된 후의 변화도 크지 않나.
"아직 남편, 아빠로 지낸 시간이 길지는 않아서.(웃음). 그래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내가 겪게 될 경험이 두렵다기 보다 많이 기대된다."
- 결혼하니 좋은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한다면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는 포기한게 없다. 왜 그런 취미를 가지신 분들 있지 않냐. 낚시를 엄청 좋하하거나 게임·골프·산행 등을 좋아하는. 내가 이야기한 포기란 이런 것을 뜻하는 것이다. 혹여 내용이 왜곡되지 않게 잘 써 달라. 누군가 섭섭하지 않게, 오해하지 않게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