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뻔한 주말극이라 혹평받던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막을 내렸다. 모두의 예상처럼 결말은 권선징악 해피엔딩.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구(만술)의 입을 빌려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신구는 결국 시력을 잃고 말았다. 제아무리 모든 등장인물들이 급하게 죄를 뉘우치고 행복을 찾는 주말극이라 하더라도, 신구의 시력을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아내와 함께 강원도 강릉에서 살고 있던 시력을 완전히 잃고 강릉에서 아들들을 만났다.
그러나 신구는 의연했다. 그는 "앞이 안 보이면 답답할 줄 알았는데, 아예 눈을 감으니 새로운 것이 보인다. 보려고 눈을 떴을 땐 앞의 것만 보였다. 눈을 감으니 지난 세월들이 펼쳐진다. 답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삶에 대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며 "옷는 짓는다고 말한다. 옷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옷을 지으며 우리는 삶을 짓는 거다. 신사란 말이다. 비싸고 멋진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옷과 삶을 일치시키는 사람이다"고 이야기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왜 양복점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삶을 그려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대목이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명작이라 평가받긴 어려울 듯하다. 시청률은 고공행진이었지만,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에 매 회 시청자의 불만은 쌓여갔다. 게다가 여느 주말극이 그렇듯 마지막에 이르러 급하게 모든 인물들이 죄를 반성하고 새 사람이 됐다. 그 과정에서 현실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개연성과 현실성은 떨어졌지만, 신구의 대사처럼 옷을 지으며 삶을 짓는 인물들의 행복을 따뜻하게 그렸기 때문.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던 인생을 담아내며 시청자의 마음도 따뜻하게 데웠다.
한편, 오는 3월 4일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민 자리는 '아버지가 이상해'가 채운다. 평생을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4남매의 집에 안하무인 아이돌 출신 배우가 얹혀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영철 김해숙 류수영 이유리 이준 정소민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