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6일 오후 6시30분 고척스카이돔에서 서울라운드 A조 첫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다크호스로 꼽히는 이스라엘. 대표팀 투수 가운데 컨디션이 가장 좋은 장원준이 이 경기 선발투수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 15승을 올린 장원준은 2015 프리미어 12와 두산의 포스트시즌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 온 '빅게임 피처'다. 대표팀 평가전에서도 단 한 번의 흔들림 없이 최상의 페이스를 지켰다.
1차전의 중요성은 두 번 강조할 필요도 없다. 같은 조에 속한 네덜란드는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강적이다. 이스라엘전을 무조건 이기고 시작해야 도쿄라운드 티켓을 노릴 수 있다.
이스라엘 대표팀 주전 선수들 가운데는 왼손 타자들이 많다. 지명타자로 출장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크 데이비스(뉴욕 양키스)와 우익수 잭 보렌스타인(애리조나 마이너리그), 2015년 오클랜드에서 뛰었던 중견수 샘 펄드, 그리고 우익수 블레이크 게일렌(랜체스터)이 모두 왼손 타자다. 여기에 유격수 타이 켈리(뉴욕 메츠)와 2루수 타일러 크리거(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는 스위치히터다.
왼손 투수 장원준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장원준의 좌타 상대 피안타율(0.285)은 지난해 KBO 리그 왼손 투수 중 양현종과 차우찬 다음으로 낮았다. 좌투수는 일반적으로 좌타자에게 강하다. 하지만 장원준의 강점은 우타자에게도 강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타 상대 피안타율은 0.237로 왼손 상대 타율보다 확연히 좋다. 이제는 '마스터' 단계에 접어든 체인지업 덕분이다.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이라는 확실한 승리 공식이 있다. 코스는 바깥쪽. 슬라이더로 좌타자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우타자 바깥쪽을 각각 공략했다. 고교 시절부터 원래 슬라이더를 잘 던져 좌타자 승부에 강한 투수로 꼽혔다. 2010년 이후 체인지업 활용도를 높이면서 정상급 왼손 투수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 시즌에 우타자 바깥쪽으로 던지던 체인지업을 좌타자 몸쪽으로도 꽂아 넣어 재미를 봤다.
왼손 투수가 왼손 타자에게 던지는 체인지업은 제구가 되지 않으면 장타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반대로 제구가 잘되면 허를 찌르는 무기가 된다. 장원준과 양의지 배터리의 완벽한 작전에 NC 좌타자들이 꼼짝 못 하고 당했다.
WBC에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은 KBO리그보다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구궤적추적시스템상으로 장원준의 체인지업 탄착점은 주로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움직인다. 오히려 낮은 쪽 존이 넓어지는 환경에서 떨어지는 변화를 더 활용할 수 있다.
2013년 WBC 대체 선발 선수였던 장원준은 4년 만에 대표팀 왼손 에이스로 성장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이스라엘의 타자들에게도 가장 두려운 상대가 됐다. 장원준의 손끝에서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까. 대표팀으로선 장원준이 공을 65개밖에 던지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