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도 많았고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후반작업 기간이 보편적으로 길어지면서 촬영 후 개봉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작품이 그렇지 않은 작품에 비해 더 많아졌지만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은 이상하리만치 개봉지연 꼬리표가 길게 따라 붙었다.
그 사이 어디에 하소연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자신의 첫 작품을 갈고 닦았을 김준성 감독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루시드 드림'을 둘러싼 소문과 별개로 김준성 감독은 '루시드 드림'이 오픈 되기도 전 차기작으로 연이어 의도치 않은 주목을 받아야 했다.
소문이란 늘 그렇듯 진실과 오해가 뒤섞여 있다. 그간의 심경을 '루시드 드림' 개봉과 함께 모두 털어낸 김준성 감독이다. 한국판 '인셉션'이라 비교되며 영화는 결국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도전 자체로 의미 있다는 평. 그에 대한 충무로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①에서 이어집니다.
- 결국 반전은 설경구다. 악역이지만 단정짓기는 또 어렵다.
"오히려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그 역할 자체가 티를 안 내기 때문인지 결국 나쁜 사람이다. 부성애라 해도 잘못된 부성애니까. '사이코패스냐'고 묻는다면 확답하기는 힘들지만 표면상으로는 감추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보는 분들에 따라 해석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 첫 입봉작에 캐스팅 성과는 좋은 편이다.
"(설)경구 형은 애초부터 방섭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셨다. 책을 보여드렸을 때, 그 동안 당연히 주연을 하셨던 분이니까 주연 캐릭터에 끌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방섭을 하고 싶다' 생각하셨던 것 같다. 고수 형은 캐릭터 나이를 낮추면서 판타지적인 외모를 갖춘 배우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된장맛 나는 배우가 날아다니면 또 좀 그렇지 않나.(웃음)"
- 고수는 판타지 비주얼에 실제 아빠이기도 하니까.
"당시 고수 형이 아들이 있었고 딸이 태어나기 직전이었다. 감정 연기를 하는데 이어 몰입이 많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시더라. 큰 주문을 하지 않아도 감정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고수 형 보다는 경구 형이 더 걱정이고 고민이었다."
-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이기에는 확실히 큰 배우다.
"큰 배우가 들어와준 것은 어마어마하게 감사했지만 반면에 너무 쉽게 들키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었다. 근데 베테랑 배우는 베테랑 배우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라. 연기로 완급 조절이 가능했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뭐 하나 할 것 같은데?' 싶다가도 '아닌가'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를 자주 접하지 않는 일반 관객 분들은 '도와주나? 대신 희생하나?' 정도로만 추측해줘 감사했다."
- 영화 경력으로만 따지면 두 배우가 선배다.
"까마득한 대선배지.(웃음) 그런 의미에서 신인 감독을 믿고 작품을 택해 주셔서 존경스럽고 또 고맙다. 스토리상 두 배우가 연기적으로 충돌할 땐 짜릿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 신고식을 제대로 치른 것 같다."
- 박유천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유천 씨가 디스맨 캐릭터를 굉장히 잘 소화해 줬다. 만족한다. 결국 배우는 연기를 보여줘야 하고, 영화는 그런 배우를 잘 담아내야 한다. 연기적으로 감사 드리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 재미있는 캐릭터인 만큼 재미있게 봐 주시지 않을까 싶다."
- 장발 헤어스타일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디스맨은 꿈 세계가 확실한 친구다. 그 친구에게 만큼은 꿈이 자신이 원하는 현실일 수 있다. 현실에서는 몸도 불편하고 오타쿠적인 면이 있는 꿈에서는 반대되는 성향을 보인다. 현실에서 안 되는 모든 것을 꿈에서 해소하고 싶은 친구다. 대비 시키다 보니까 디스맨은 수트에 깔끔한 헤어스타일을,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그려보고 싶더라. 근데 만약 다른 배우였다면 장발은 안 하려고 했다. 웃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유천 씨는 믹키유천 시절의 비주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그 머리를 해도 어울리더라."
- 박유천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유천 씨는 우리가 먼저 캐스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소속사 대표님이 추천을 해주셨다. 당시 '수상한 그녀' 김수현처럼 깜짝 등장하는 히든카드, 카메오가 유행이었다. 유천 씨도 그런 콘셉트로 관객들에게 서비스겸 등장시키려 했던 것인데 워낙 인기가 많은 분이다 보니까 의도치 않게 바로 오픈이 되더라.(웃음)"
- 강혜정은 유일한 홍일점으로 등장한다.
"똑 부러지면서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분이면 좋을 것 같았다. 원래 혜정 씨 사연도 조금 더 있었는데 편집돼 나도 아쉽다. 캐스팅을 진행할 때 혜정 씨의 딸 하루가 한창 방송에 나와 유명한 시기였는데 하루처럼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 지적이고 '잘생쁨' 이미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제안을 드렸다. 흔쾌히 받아 들여 주셔서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