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남상일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든 자신을 소개하는 멘트는 '국악인' 남상일이다.
12일 방송된 '휴먼다큐-사람이좋다'에서는 국악돌 소리꾼 남상일의 일상이 공개됐다.
남상일의 국악 사랑은 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남상일 어머니에 따르면 남상일은 2~3살 때 부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명창들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그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따라했다고.
남상일 어머니는 "국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늦은 밤까지 끝까지 보더라. 절대 못 끄게 했다. 그러더니 다음 날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두드리면서 살풀이 춤 춘다고 화장지를 길게 늘여뜨려 시늉을 냈다. 이 놈이 무당이 되려나 했다"고 말했다.
이후 남상일은 온갖 상을 다 휩쓸고 다니면서 국악신동이라 불렸다. 남상일이 국악으로 이름을 떨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은 바로 아버지. 아버지는 마을 아들의 소리를 녹음해 명창에게 보냈고 전국 팔도를 함께 다니며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국악에 몸 담은지 30년이 됐지만 남상일은 현재 국악계 아이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남상일은 "아이돌 아이돌 해 주시는데 사실 낯부끄럽다. 아이돌은 10대 아니면 20대 초반인데 난 마흔 아니냐. 너무 그렇다"고 고백했다.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면서 스케줄 역시 이전에 비해 많아졌다. 나를 찾아주는 곳이 많은 것은 좋지만 장거리로 움직이는 일이 많다 보니 틈새 연습을 무시할 수 없다고.
남상일은 2003년 최연소로 국립극단에 입단한 엘리트 국악인이다. 하지만 촉망받던 엘리트는 보장된 앞날을 박차고 돌연 국립극장을 탈퇴, 떠돌이 소리꾼이 됐다.
이에 대해 남상일은 "실제로 내가 밖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창극이 뭔지 모른다"며 "국립극장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월급 받으면서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시선에 회의가 살짝 들더라. '돌아다니면서 많은 분들에게 우리 소리가 뭔지 알려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남상일은 국악계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고마운 존재다. 신영희 국악인은 "상일이에게 늘 '열심히 해라'라고 말한다. 다른 후배들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으면 어디를 나가서라도 활동 해라'라고 한다"고 전했다.
송소희 역시 "후배들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하다. 벽을 허물기 위한 센스나 요령 같은 것도 많이 가르쳐 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 주신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상일은 현재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하지만 후배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크다는 속내다. 남상일은 "어렸을 때,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해서 대학을 가는데 졸업하고 나면 어디 들어갈 곳이 없다. 그러니까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그런다"고 토로했다.
후배들에게는 남상일이 걷는 길이 곧 자신들이 걷게 될 길이다. 떄문에 남상일의 책임감은 남다르다. 남상일은 "난 어디를 가든, 어느 프로그램을 나가든 '국악인 남상일'이라고 나를 소개한다. 그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진심을 표했다.